[사설]세금 1조 아낀 서울시 계약심사제 확산돼야

  • 입력 2008년 5월 27일 23시 04분


서울시는 상암지구 아파트단지 지하층을 굴착할 때 기존의 시공순서와 공법을 바꾸어 공사비 41억 원을 절감했다. 강일지구 하천 옆의 아파트 지하층을 굴착할 때는 통상 제방과 같은 높이로 하던 차수벽을 하천수 침투에 대한 시뮬레이션을 통해 제방보다 낮게 설치토록 함으로써 10억 원의 공사비를 줄였다. 서울시가 작년에 현장 확인과 과학적 분석기법을 활용해 예산을 절감한 사례다.

서울시는 공사와 용역, 물품구매 계약을 발주하기 전에 금액의 적절성과 시공방법의 개선 여부를 따져 적정원가를 산출하는 계약심사제를 2003년부터 실시해 오고 있다. 민간기업에서는 일반화된 원가절감 기법을 서울시가 지방행정에 처음 도입한 것이다. 이 결과 지난 5년간 예산 1조 원을 절감했다. 공직자들의 열의와 노력에 따라서는 세금을 얼마든지 절약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서울시는 또 창의적인 심사운영 기법을 개발해 업무의 생산성과 전문성을 높였고, 심사처리 기간도 법정기간 10일에서 평균 4.8일로 단축했다.

다른 지자체들도 앞 다퉈 벤치마킹에 나서고 있다. 대형 공사발주와 물품구매의 지자체 이관에 따라 지자체의 계약심사가 갈수록 중요해지고 있어서 ‘서울시 따라하기’가 성공하면 예산 절감에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행정안전부는 전국 광역 시도에 계약심사과를 설치토록 할 계획이다.

지자체마다 독특한 아이디어와 규제 혁파로 예산을 절약하고 기업을 유치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울산시와 서울시는 무능 공무원 퇴출을 위한 인사실험으로 공직사회에 새 바람을 불어넣었다. 경기 파주시는 이화여대 파주캠퍼스 건립 민원을 ‘선 사업승인, 후 행정절차’라는 파격적인 방식으로 단 6시간 만에 처리하는 기록을 세웠다.

전북 군산시는 공무원들이 현대중공업 본사를 60여 차례 찾아가 설득한 끝에 연 매출 3조 원 규모의 조선소를 유치했다. 중앙정부만 쳐다보던 지자체들이 치열하게 생존방식을 터득해가고 있는 것이다. 지자체의 본받을 만한 성공사례는 널리 퍼질수록 좋다. 서울시도 계약심사제 기법을 전국에 확산시키는 데 앞장서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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