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수입 쇠고기 엄격한 관리로 국민 불안 해소해야

  • 입력 2008년 5월 29일 22시 42분


미국산 쇠고기 수입 위생조건에 관한 농림수산식품부 장관 고시가 어제 발표됐다. 지난해 10월 이후 중단된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및 검역 재개에 필요한 행정조치가 사실상 마무리된 셈이다. 그러나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운동은 계속되고 있다. 이날 밤 서울광장에서는 일부 대학생들까지 참가한 가운데 촛불시위가 벌어졌다. 이보다 앞서 민주노총과 화물연대는 쇠고기 출하를 막기 위해 전국 14곳의 미국산 쇠고기 냉동창고의 정문 봉쇄를 예고해 경찰과의 충돌이 예상된다. 미국산 쇠고기 판매점들에 대한 폭력도 우려된다.

유가(油價) 급등으로 국가경제와 서민생활이 불안한 터에 언제까지 온 나라가 쇠고기 문제로 갈등을 겪어야 하는 것인지 답답하다. 시장과 무역질서를 어지럽히는 불법행위는 법대로 엄격하게 단속할 수밖에 없다.

정부가 발표한 미국산 쇠고기 수입 위생조건은 4월 18일 한미 쇠고기 합의안에서 안전성 확보를 위해 미진하다고 지적된 부분을 보완한 것이다. 30개월 이상 소의 경우 광우병 특정위험물질(SRM) 부위는 제외했다. 미국에서 광우병이 발생하면 우리 정부가 수입을 중단할 권리가 있다는 검역주권도 고시 부칙에 포함됐다. 내장과 혀 등에 대한 조직검사, 미국 현지에 검역관 상주 및 현지 작업장 정기 점검, 연령 확인이 불가능한 SRM 전량 반송 같은 검역 강화 대책도 마련됐다.

과학적 기준으로 본다면 미국산 쇠고기에 대해 크게 우려할 것은 없다고 볼 수 있다. 3억 미국인과 200만 재미교포들이 먹는 쇠고기를 계속 문제 삼는 것은 우리에게 아무런 득이 되지 않는다. 야당과 일부 국민의 요구로 정부가 미국과의 추가 협의를 통해 수입 위생조건을 강화한 것은 성과라고 평가할 수 있다. 정부의 특별점검단이 미국 현지의 도축장 30곳을 방문해 SRM이 안전하게 제거되는 등 위생관리에 문제가 없음을 확인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상당수의 국민은 일부 언론과 반미 세력의 다우너 카우(downer cow·주저앉은 소) 동영상 같은 과장·왜곡 보도로 30개월 이상 쇠고기에 대해 불안감을 느끼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정부는 이러한 불신을 어떻게 해소할 것인지를 고민해야 한다.

미국산 쇠고기 검역과 원산지 표시제 시행에서 문제가 드러나면 감당하기 어려운 국면이 닥칠 수도 있다. 정부는 수입 위생조건에 보장된 검역 권리를 최대한 활용해 미국 소의 사육 단계에서부터 도축과 수입 및 유통 단계별로 완벽한 검역 체계를 갖춰야 한다. 조금이라도 문제가 생길 소지가 있는 쇠고기는 절차에 따라 즉각 반송해야 함은 물론이다.

쇠고기 원산지 표시제는 실의에 빠진 국내 축산 농가와 소비자의 선택권 보호를 위해 행정력을 최대한 동원해 정착시켜야 한다. 싼값에 미국산 쇠고기를 먹고 싶은 사람의 선택권은 존중돼야 하지만, 한우고기를 먹고 싶은 사람이 비싼 돈을 주고 한우로 위장된 미국산 쇠고기를 사먹는 일은 없어야 한다. 쇠고기 문제를 과학과 이성(理性)의 영역으로 되돌려 놓으려면 정부가 후속 조치의 이행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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