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여당을 견제하는 것이 야당의 본분이라지만 이번 발언은 선(線)을 넘었다. 미국산 쇠고기 반대 시위를 주도하고 있는 ‘국민대책회의’가 ‘국민에 대한 선전포고’라고 한 것과 다를 바 없다. 이회창 자유선진당 총재가 내각 총사퇴를 주장한 것도 무책임한 포퓰리즘 정치의 한 모습이지만 손 대표는 명색이 제1야당의 대표 아닌가. 손 대표가 자신의 불안정한 당내 기반을 과격발언과 장외투쟁으로 만회할 생각인지 모르지만 지금의 언행은 나중에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
지금은 ‘선명야당’이나 ‘장외투쟁’ 같은 과거 권위주의 정권 시대에 일부 불가피했던 극한적 방식으로 국민의 마음을 살 수 있는 시대가 아니다. 상식으로 판단할 때 미국과 한국 정부가 자국민에게 광우병 쇠고기를 먹이려고 하겠는가. 적어도 대통령을 꿈꾸는 지도자와 정권을 되찾으려는 정당으로서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기 바란다. 정파적 이익에 사로잡혀 극단적 카드로 국민을 선동하는 것은 공당의 자세라고 보기 어렵다.
민주당은 18대 국회의 문을 정상적으로 여는 데 협조하는 것이 급선무다. 그런 뒤 쇠고기 문제를 국회 내에서 재론하면서 국민의 불안을 해소할 수 있는 방안을 여당과 함께 고민해야 한다. 재협상만이 유일한 길이라고 여전히 믿는다면 그것을 실현할 수 있는 현실적 방법을 모색하는 것이 더 현명하지 않겠는가.
되도록 빨리 비준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을 성사시킨 노무현 정부 시절의 여당으로서의 책임 있는 자세다. 쇠고기 문제를 국정 흔들기에 활용하다가는 호된 역풍(逆風)을 각오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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