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민생 불만 키운 경제운용 시스템 바로잡으라

  • 입력 2008년 6월 2일 22시 59분


중산층과 서민의 살림살이가 갈수록 팍팍해지고 있다. 국제유가 급등으로 서민 생계와 직결되는 생활물가가 치솟는데 경기는 빠르게 위축되고 있어 스태그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상승)까지 우려되는 상황이다. 5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지난해 같은 달보다 4.9% 올라 6년 11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것도 성장률 목표치에 집착해 환율을 끌어 올린 정부 정책의 실패로 볼 수 있다. 정부로서는 경상수지를 안정적으로 관리해야 한다는 고충도 있지만 유가 급등을 예상하지 못해 결과적으로 물가잡기에 실패했다는 질책은 면하기 어렵게 됐다. 세계경제 침체 같은 외부 악재를 감안하더라도 정부가 거시경제정책을 여건 변화에 맞춰 정교하게 풀어갔다면 경기가 지금처럼 급속하게 얼어붙지는 않았을 것이다.

이 정부의 경제팀은 경제 살리기를 표방하며 출범한 정권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뜨거운 경제 현안을 앞에 놓고 허둥지둥하는 모습이다. 국정 난맥과 민심 이반을 초래한 미국산 쇠고기 파동과 경유 값 폭등 같은 문제도 넓게 보면 내각과 청와대의 경제팀이 머리를 맞대고 풀어야 하는 경제 현안이다. 그러나 해결책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관계 부처 장관과 청와대 비서진이 시스템으로 움직이는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쇠고기 문제도 농림수산식품부에만 책임을 미루고, 다른 경제 부처와 외교팀들은 타조처럼 모래 속에 고개를 파묻고 숨어 있는 양상이다.

내각의 경제팀장 격인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은 환율 금리 추가경정예산 같은 현안에서 집권 여당 및 청와대 등과 번번이 불협화음을 내며 시장의 신뢰를 잃었다. 경제 총괄 장관으로서 리더십도 발휘하지 못했다. 경제팀 내부의 의견차를 조율해야 하는 김중수 대통령경제수석은 제 목소리를 내지 않아 ‘어디서 무엇을 하는지 모르겠다’는 불만이 청와대 내부에서 나올 정도다. 경제라인 내부에 주도권 다툼은 없었는지 당사자들부터 겸허히 반성해야 한다.

지금 한국 경제는 고물가, 저성장, 경상수지 적자라는 3중고(苦)에 빠져 있다. 이명박 대통령이 내놓을 민심수습책에는 내각과 청와대 경제라인의 인적 교체까지 포함해 지난 100일간 빚어진 경제운용 시스템의 시행착오를 바로잡는 방안이 담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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