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범 100일 만에 엄청난 시련을 겪는 새 정부를 국민들은 걱정스러운 마음으로 지켜보고 있다. 특히 참여정부의 진보적 정책에 반대하며 새 정부의 보수적 정책에 지지를 보냈던 국민들은 당황과 유감의 심정으로 대통령의 대국민 사과를 지켜봤을 것이다. 새로 출발하는 정부는 자신감에 가득 찬 나머지 새 정책의 수행에 따르는 고통이나 비용을 과소평가하기 쉽다. 따라서 조급하게 경제를 살리려 하기보다는 경제적 정치적 비용을 면밀히 계산할 것을 당부했던 필자와 같은 학자나 논객들은 더 큰 유감을 가졌을 것이다.
사실 미국산 쇠고기 수입에 따르는 광우병 우려는 지나친 면이 없지 않다. 미국 쇠고기를 애용하는 미국인들은 더 그렇게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식품의 안전이나 국민의 건강 문제는 털끝만큼의 위험에도 대비해야 한다.
공공개혁 저항 따르기 마련
‘쓰레기만두 사태’와 ‘부안 사태’를 생각해 보자. 2004년 6월 버려야 할 단무지 자투리로 만두소를 만든다는 내용이 언론에 보도되자 민심이 들끓었고, 국민의 불매운동으로 많은 만두 제조회사들이 문을 닫아야 했다. 그중에는 위생적으로 만두를 제조했던 회사들도 있었을 것이다.
2003년 7월에는 전북 부안군수가 주민의 의견을 묻지도 않고 원전수거물관리센터 유치를 신청하자 주민들은 몇 달에 걸쳐 ‘촛불 시위’를 벌였다. 무엇보다도 방사성폐기물처분장이 안전하다는 정부의 설명을 믿기 어려웠기 때문이었다. 결국 안전에 관한 정부의 충분한 설명과 보상 계획 및 주민의 투표를 거쳐 경북 경주가 방폐장 유치에 성공했다.
두 사태의 민심은 지금 ‘광우병 사태’의 민심과 다르지 않다. 식품 안전이나 건강 문제는 경제 살리기보다 상위에 있어야 한다는 민심이다. 이렇게 예전에도 몇 번씩이나 드러났던 민심을 헤아리지 못하고 있으니 어찌 지나치게 자신감에 차 있으며 조급하다고 하지 않을 수 있을까.
하지만 누구나 시련을 겪는다. 또한 시련은 한 번으로 끝나지 않는다. 이명박 정부의 규제완화, 감세 및 작은 정부 정책이 앞으로 더 큰 시련을 겪을 것으로 본다. 어찌 보면 지금 겪는 시련은 아무것도 아니다. ‘쓰레기만두 사태’가 진정되고 다시 만두를 먹고, ‘부안 사태’ 후 많은 사람이 방폐장의 안전을 믿듯이, 정부가 미국산 쇠고기의 안전에 관한 적절하고 합당한 조치를 취할 때 국민들은 안심하고 미국산 쇠고기를 먹게 될 것이다. 이것을 ‘냄비 근성’이라고 폄훼해서는 안 된다. 식품의 안전에 대해 많은 정보를 가지고 있지 않은 국민들의 ‘비대칭적 정보 반응’이다.
더 큰 시련은 곧 이어질 공공개혁 및 민영화에서 겪게 될지 모른다. 공공개혁을 제대로 하려면 시련을 겪을 수밖에 없다. 시련을 겪지 않고 개혁을 한다면 그건 ‘무늬만 개혁’일 공산이 크다. 영국의 마거릿 대처 총리가 극복했던 개혁의 시련은 이젠 고전적 사례가 됐고, 최근에는 일본의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총리가 내각을 해체하면서까지 추진했던 공공개혁 사례를 들 수 있다. 어느 경우나 지도자는 민심에 호소하고, 민심의 지원을 받아가면서 성공할 수 있었다.
민심 얻느냐가 성공의 열쇠
규제완화와 감세도 마찬가지다. 이번 광우병 사태에서 절감했듯 국민의 건강과 안전 및 환경을 소홀히 하는 경제살리기성 규제완화는 큰 저항에 부닥친다. 또 당장 생활이 어려워진 서민들에게 감세와 성장을 통한 복지는 멀고, 물가안정과 생계지원이 가깝다.
유가, 원자재 가격 상승과 쇠고기 파동으로 첫 번째 시련을 겪고 있는 정부가 시간이 걸리더라도 이 난국을 제대로 수습해서 민심을 얻고, ‘준비된 정책’과 ‘준비된 싸움’으로 앞으로 닥칠 어려움도 극복해 나가길 바라마지 않는다.
박원암 홍익대 교수·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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