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도 청와대에서는 “대폭적인 인적 쇄신 방침은 잘못 알려진 것”이라는 소리가 흘러나왔다. 일부 장관을 교체하고 청와대 진용을 보강할 경우 4·9총선에서 낙선한 대통령 측근들을 기용할 것이라는 얘기마저 들린다.
이 대통령은 국정의 위기를 넘어 정권의 위기로 치닫고 있는 오늘의 시국을 엄중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국민은 대통령의 리더십 자체를 불신하고 있다. 이런 상황을 극복하지 못하면 국정을 제대로 끌고 갈 수 없다. 대통령부터 정말로 달라져야 한다. 획기적인 국정쇄신책과 민심수습책을 통해 국민의 불만을 누그러뜨리고 상당한 믿음을 이끌어내야 위국(危局)을 완화할 수 있을 것이다.
대통령의 위기는 쇠고기 문제로 심화됐지만 대통령직인수위 때부터 누적된 ‘이명박 사람들’의 실수 실책 실태(失態)가 밑바탕에 깔려 있다. ‘인사(人事) 능력’이야말로 리더십의 핵심인데 이 대통령은 인사에서부터 국민의 신뢰를 얻는 데 실패했다.
대통령 주변 사람들은 매사에서 국민을 설득할 능력도 노력도 부족했다. 4월 18일 한미 쇠고기 협상 타결까지의 과정과 합의 내용에 문제가 있었을 뿐 아니라, 그 후 MBC ‘PD수첩’ 방영 전후를 비롯해 국민 여론이 악화되는 고비마다 정부의 대응시스템은 전면고장(全面故障) 상태였다. 이 하나만 보더라도 청와대와 내각이 국민으로부터 유리되고, 자기네끼리도 서로 겉돌고, 대통령과 소통이 안 됐음을 알 수 있다. 이들이 도대체 무엇을 위해 입술이 부르트도록 바빴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한마디로 이 대통령의 첫 인사는 상당수가 미스캐스팅이다. ‘호된 훈련을 했으니 이젠 잘할 수 있다’고 아직도 믿는다면 역시 민심을 모른다고밖에 볼 수 없다. 물론 지금 국무총리를 바꾸고 장관을 대폭 교체하면 전면 정상가동까지 몇 달이 걸릴 것이다. 그리고 그사이에 국정은 곳곳에서 삐걱거릴 것이다. 하지만 지금의 사람들을 그냥 쓴다고 국민이 신뢰하고, 정부가 정상 가동되겠는가. 아닐 것 같다. 차라리 혹독한 비용을 치르더라도 대통령을 대신해 책임질 사람, 구체적으로 문제와 하자가 드러난 사람은 내각에서 내쳐야 국민이 그나마 납득할 것이다.
개각과 동시에 대통령을 최측근에서 보좌하는 청와대 진용을 좀 더 전면적으로 쇄신해야 할 것으로 보는 여론이 강하다. 이들 측근이 그동안 대통령의 의사결정 과정에서 각자 ‘목을 걸다시피’ 제대로 보좌했다면, 그리고 청와대 내부 시스템이 오로지 국정 성공을 위해 유기적으로 작동했다면 상황이 지금처럼 악화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설혹 대통령이 대대적인 인사쇄신 없이 지금의 국면을 넘어선다 하더라도, 첩첩산중 같은 다른 국정 난제들 앞에서 현재의 청와대 진용이 대통령을 제대로 보좌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대통령이 인사쇄신을 결단한다면 어떤 인물들로 그 자리를 채울 것인지가 더 중요하다. 당장의 민심 수습뿐 아니라 앞으로의 국정 실패를 막기 위해서라도 지금보다 유능하고 책임감 있는 인재를 찾아야 한다. ‘사람이 없다’는 말은 핑계다. 인사에 대한 발상을 바꿀 필요가 있다. 어차피 ‘완전 신품’은 없다. 그렇다면 상당한 정도로 검증된 인물 중에 국민의 신망(信望)을 받을 수 있는 사람, 오히려 이명박적(的)이지 않은 사람, 중도적인 인물, 책임을 져본 적이 있는 인물을 널리 찾아보기 바란다. 적어도 이번에는 ‘내 사람’을 최대한 배제할 필요가 있다. 지난 총선에서 유권자들의 선택을 받는 데도 실패한 측근은 더욱 곤란하다.
지금 많은 국민은 이 대통령이 하는 일에 사사건건 시비를 걸고 싶은 심정인 듯하다. 이번에도 제대로 인선했다는 반응을 얻지 못하면 대통령의 앞날이 더 힘들어지고 결국 국정 혼란, 경제와 민생 위축의 가속화로 이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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