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은 시민단체가 아니다. 국가로부터 막대한 국민 세금을 지원받아 운영되는 헌법상의 공당(公黨)이다. 헌정제도의 틀 안에서 국사(國事)를 논하는 것이 공당의 본분이고 책무다. 의원배지를 달고 촛불집회 현장에서 구호를 외치는 행위는 국회의원의 자기 부정(否定)이다. 그러라고 국민이 보좌관들의 월급을 포함해 비싼 세비를 주는 줄 아는가.
집권당인 한나라당도 한심하다. ‘쇠고기 정국’을 돌파한답시고 정동영 씨 등 민주당 인사들에 대한 BBK 관련 고소고발을 취하한 것은 당장의 당략(黨略)을 위해 법과 원칙을 무너뜨린 것이다. 강재섭 대표는 ‘정치권의 화합’을 위해서라고 했지만 다음 대선에서 흑색선전이 기승을 부려도 할 말이 없게 됐다. “고소 고발을 취하해 달라”고 애걸하던 민주당이 갑자기 태도를 바꿔 “한나라당이 정치 공세 차원에서 고소 고발한 것을 먼저 사과해야 한다”며 적반하장(賊反荷杖) 식의 역공에 나선 것도 한 편의 코미디 같다.
한나라당의 친박(親朴) 인사 복당 문제를 둘러싼 행태도 원칙과는 거리가 멀다. 바람이 이리 불면 ‘원칙 있는 복당’을 말하고, 바람이 저리 불면 ‘대승적 해결’로 말을 바꿀 뿐이다. 공천헌금 시비가 가려지지 않은 서청원 친박연대 대표가 “무조건 일괄 복당”을 외치는 것도 가관이다.
요즘 여야 정치인들의 행태를 보고 있노라면 이들이 자신들이 서 있어야 할 정위치(正位置)가 어디인지 알고 있는지, 자신들이 법의 수호자여야 한다는 사실을 어렴풋이나마 인식하고 있는지 의심스럽다. 이런 사람들이 입만 열면 ‘국민’을 들먹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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