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이상록]‘문제는 경제야, 바보야’ 되살린 오바마 전략

  • 입력 2008년 6월 11일 02시 58분


“문제는 경제란 말이야, 바보야!(It's the economy, stupid!)”

1992년 미국 대통령 선거의 승패를 갈랐던 빌 클린턴 당시 민주당 후보의 슬로건이 16년 만에 부활했다.

민주당 대선 후보인 버락 오바마 상원의원은 9일(현지 시간) 노스캐롤라이나 주 유세에서 조지 W 부시 행정부의 경제 실정(失政)을 부각하기 위해 이 슬로건을 들고 나왔다. 1992년 대선 당시 조지 부시 전 대통령은 걸프전 승리를 바탕으로 재선을 꿈꿨지만 침체된 경제에 초점을 맞춘 클린턴 후보의 선거 전략이 민심을 사로잡으면서 고배를 마셨다.

오바마 후보가 공화당의 존 매케인 후보를 상대로 한 본선의 첫 ‘포문’을 경제 문제로 연 것은 나름의 이유가 있다. 역대 미국 대선에서 경제나 교육이 핵심 이슈로 떠오르면 민주당에, 국가 안보 문제가 이슈가 되면 공화당에 유리하게 작용했기 때문이다.

미국의 경제 전문가나 언론들의 분석을 보아도 올해 안에 미국 경제가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 사태에서 비롯된 경제 위기를 극복하지 못하면 오바마 후보가 승리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는 시각이 많다. 결과를 떠나 경제 문제가 미국 대선에서 중요한 이슈가 될 것이라는 데에도 이견이 없다.

최근 미국의 경제 상황을 보면 오바마 후보가 부활시킨 클린턴 전 대통령의 슬로건이 올해 미국 대선에서도 큰 폭발력을 나타낼 수 있을 듯하다. 부시 행정부는 경기 부양을 위해 대폭적인 금리 인하와 대규모 세금 환급 정책을 내놓았지만 경제 회복 전망은 여전히 비관적이다. 대출금을 제때 갚지 못한 주택 압류 건수와 의료비, 교육비는 계속 늘고 있다. 국제 유가와 곡물 가격도 하루가 다르게 폭등하고 있다. 미국의 경기 침체가 쉽게 끝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여기저기서 나온다.

오바마 후보는 유세에서 “경기 부양을 위해 500억 달러(약 51조5000억 원)를 추가 지원하고 주택 위기 피해자들을 위한 100억 달러 규모의 펀드를 만들겠다”고 했다. 반면 매케인 측은 “오바마의 정책은 세금 인상으로 이어질 뿐”이라고 반박했다.

이 같은 ‘경제 살리기’ 논란의 최종 승자는 누가 될지 궁금하다. 그러나 진정한 승자는 대선 이후에야 가려질 것 같다. ‘내가 투표한 사람이 대통령이 될까’에 그치지 않고 ‘그가 경기 회복을 이뤄 낼까’를 지켜본 뒤에야 미국인들은 비로소 만족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상록 국제부 myzod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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