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에서/이인철]‘한 지붕 두 가족’ 교과부

  • 입력 2008년 6월 11일 02시 58분


교육인적자원부와 과학기술부를 통합한 교육과학기술부가 안팎으로 시끄럽다. 교과부 간부들의 특별교부금 모교 지원 약속 파문으로 곤욕을 치른 데 이어 최근 국정 혼란 수습책으로 내각과 청와대의 인사쇄신을 앞두고 김도연 장관이 개각 명단에 포함될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것이다. 교육정책은 올스톱된 상태다.

두 부처가 통합 출범한 지 석 달이 넘었지만 두 부처 직원들은 주도권을 놓고 ‘내전(內戰)’ 중이다. 교육과 과학이란 전혀 성격이 다른 조직이 합쳐졌으니 화학적 결합이 쉽지는 않을 것이다.

두 부처는 국·과장 보직배분 등에서 철저히 ‘1 대 1’ 원칙을 적용하기로 내부적으로 합의했다. 그러다 보니 업무 효율성보다는 ‘자리 안배’에 역점을 두게 됐고 조직 간의 이해관계에 따라 힘겨루기를 하는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 생소한 업무를 관할하는 간부는 업무를 몰라 겉돌거나 통솔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출신 조직에 불리한 내용은 직속 국·과장에게도 보고하지 않거나 지휘 라인이 다른 간부에게 ‘은밀히’ 보고하는 사례도 있어 ‘A는 스파이처럼 행동한다’ ‘B는 우리 조직 보호를 위해 보낸 트로이목마’ 등의 말까지 떠돈다. 심지어 특별교부금 사건을 놓고도 “과기부가 교육부를 음해하기 위해 언론에 흘렸다”고 의심하고 있다.

이런 갈등 때문에 퇴근 시간 같은 사소한 문제를 놓고도 서로를 헐뜯을 정도다. 옛 교육부 직원들은 “우리는 밤늦게까지 일하는 게 다반사인데 과기부 직원들은 오후 7시면 칼퇴근한다”고 불만이고, 옛 과기부 직원들은 “교육부는 눈도장을 찍기 위해 비효율적으로 일을 한다”고 꼬집는다.

교과부 밖은 더 어수선하다. 교장공모제, 교원평가제, 학교자율화정책 등에 대해 교원단체들이 반발하고 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9일 “이주호 대통령교육과학문화수석이 교육정책을 독단적으로 추진해 이명박 대통령을 지지했던 교육계 인사들조차 정부 비판에 가담하고 있다”며 교체를 요구했고, 전국교직원노동조합도 똑같은 목소리를 냈다.

그러자 10일에는 한 학부모단체 이사가 “교원단체들이 교육개혁을 무력화하기 위해 이 수석의 교체를 요구하는데 우리를 도와 교육개혁을 이룰 이 수석을 꼭 지키겠다”는 성명을 내기도 했다. 교총이 지난해 대선때 한나라당과 정책연합까지 했던 점을 감안하면 이런 공세는 집단 이기주의적인 측면이 없지 않다.

그러나 교육계에선 김도연 장관보다는 이주호 수석의 이름이 더 많이 오르내린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시절의 영어몰입교육 혼선이나 인사 논란 등의 중심에 이 수석이 있고 장관보다 수석이 정책을 주도한다는 것이다. 교과부 내부에서도 청와대가 과도하게 개입하고 강압적으로 일을 한다는 불만이 많다. 간부들은 ‘얼리 버드’ 증후군을 빗대 ‘일찍 일어나는 벌레가 잡아먹힌다’고 자조하며 청와대 눈치 보기에 급급하다.

이런 불만 탓인지 최근 교육과학수석실에선 “우리가 그동안 점령군처럼 행동하지 않았는지 돌아봐야 한다. 교과부를 섬기면서 일해야 한다”는 자성론이 나왔고 교과부를 대하는 태도가 한결 부드러워졌다고 한다.

내각과 청와대 개편에서 누가 교체되든, 현 체제대로 일을 하게 되든 시스템이 아닌 인치(人治)로는 성과를 내기 어렵다. 정부 내에서조차 제대로 소통하지 못하면서 어떻게 국민의 마음을 얻을 수 있겠는가.

이인철 교육생활부장 inchul@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