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카페]유가 환급금 ‘사기 전화’ 조심하세요

  • 입력 2008년 6월 12일 03시 04분


정부가 사상 처음으로 ‘세금환급(tax rebate)’을 통해 근로자와 자영업자 1380만 명에게 연간 6만∼24만 원씩 유가 환급금을 돌려주기로 했습니다. 국제 유가 급등으로 물가가 오르는 상황에서 저소득층과 자영업자의 출퇴근 비용이나마 덜어주겠다는 취지입니다.

로널드 레이건 전 미국 대통령은 인플레이션을 땀 흘린 소득을 빼앗는 ‘노상강도’처럼 폭력적이라고 비유했습니다. 그만큼 ‘물가 도둑’이 무섭다는 얘기입니다.

정부의 이번 조치로 가뜩이나 어려운 서민의 지갑을 노리는 또 다른 도둑이 활개를 치지 않을까 걱정됩니다. 세금 환급을 미끼로 돈을 뜯어내는 ‘전화금융사기(보이스 피싱)’ 피해가 기승을 부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경찰청에 따르면 전화금융사기 피해 사례가 올해 2월 173건에서 3월 488건, 4월 432건 접수됐습니다. 특히 국세청 등 공공기관을 사칭하며 세금을 환급해 주겠다고 접근하는 전화금융사기 피해가 여전히 발생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정부 당국은 “정부가 세금을 환급해 주겠다고 전화하는 일은 없다”며 전화금융사기 피해 예방을 홍보해 왔지만 이제는 상황이 달라졌습니다. 정부가 실제로 세금을 돌려주기로 해 사기 피해 가능성이 더 높아진 것입니다. 정부 당국이 유가 환급금 지급 절차를 구체적으로 알리고 전화금융사기 피해를 예방하는 홍보활동을 더 강화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피해 예방을 위해 꼭 알아야 할 점이 있습니다. 이번 유가 환급금은 관련 법 개정이 18대 국회에서 통과될 경우 이르면 9월경 신청을 받아 10월부터 지급됩니다. 근로자의 경우 개인별로 신청하지 않고 소속 회사 등 원천징수 의무자를 통해 신청을 받습니다. 자영업자는 관할 세무서에 11월경 직접 신청해야 합니다.

환급금 신청서를 제출하지 않았는데도 세금 환급 전화가 걸려온다면 전화금융사기를 의심해 봐야 합니다. 정부는 유가 환급금을 신청자가 원하는 계좌로 입금하거나 현금으로 지급할 계획입니다. ‘세금 환급’을 거론하며 현금자동입출금기(ATM) 조작을 요구한다면 전화금융사기일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세금을 환급해 준다”는 낯선 이의 전화를 더 경계해야 할 때입니다.

박용 경제부 par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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