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천광암]日 경제성장 재점화 선언…한국은 어디로?

  • 입력 2008년 6월 12일 03시 04분


일본이 경제성장 엔진을 재가동하기 위해 발 벗고 나섰다.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후쿠다 야스오(福田康夫) 총리가 의장을 맡고 있는 일본 정부 경제재정자문회의는 10일 앞으로 10년간 매년 2% 이상 실질성장률 달성을 목표로 하는 성장 전략을 확정했다.

실질성장률이란 물가상승분을 제외한 성장률로 인구가 감소 추세에 접어든 일본에 ‘2% 이상’은 결코 만만한 과제가 아니다.

일본 정부가 올해부터 3년간 집중적으로 실행할 예정인 전략의 핵심 줄기는 ‘전원참가경제’, ‘글로벌’ 전략, ‘혁신적 기술창조’ 등 3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먼저 전원참가경제란 저출산 고령화 현상으로 급감하고 있는 노동력을 충원하기 위해 경제활동에서 소외돼 있던 고령층과 여성을 활발하게 고용한다는 내용이다. 이와 함께 시간제 노동으로 생계를 꾸려나가는 젊은층의 직업교육도 충실히 해 모두 220만 명가량의 노동력을 새로 시장에 공급할 예정이다.

글로벌 전략의 뼈대는 일본 무역액의 25%를 차지하는 국가들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함으로써 ‘FTA 후진국’ 신세에서 벗어난다는 것이다.

혁신적 기술창조 전략에서는 올해 안으로 규제를 대폭 완화한 ‘첨단의료개발특구’를 창설하겠다는 내용이 눈길을 끈다. 한국이 최근 관심을 갖고 있는 ‘의료입국’에 일본이 잠재적인 경쟁자 중 하나로 떠오른 셈이다.

이미 수십 년 전 세계 2위 경제대국이 된 일본이 새삼 경제성장에 집착하는 배경에는 중국이 자리 잡고 있다.

일본 신코증권에 따르면 일본은 이르면 올해 국내총생산(GDP) 세계 2위 자리를 중국에 내줘야 할 처지다. 오타 히로코(大田弘子) 경제재정상은 올해 1월 국회 공식 연설에서 “(일본 경제는) 이미 일류가 아니다”라는 충격적인 발언을 하기도 했다.

일본 경제인들을 만나보면 그들이 경제 규모뿐 아니라 기술수준에 대해서도 중국의 추격을 걱정하는 위기의식으로 가득 차 있음을 느낄 수 있다.

한국은 산업구조로 볼 때 일본보다 먼저 중국의 추월을 걱정해야 하는 처지다. 일본의 부품소재산업에 대한 과잉 의존에서 벗어나 자립해야 하는 난제도 안고 있다.

하루빨리 혼란을 수습하고 성장엔진을 다시 점화하지 않으면 그나마 “샌드위치 시절이 좋았다”며 그리워할 날이 올지도 모른다.

천광암 도쿄특파원 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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