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李대통령, 이번 인사에 命運 걸어야

  • 입력 2008년 6월 12일 22시 59분


이명박 대통령은 내각과 청와대 인사쇄신에 대해 “대규모로 바꿀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번 인사의 성패는 얼마나 많이 바꾸느냐를 넘어 ‘새 사람들’이 과연 어떤 사람들인가에 달려 있다. 표현이 좀 뭣하지만 ‘숙주나물 덜어내고 콩나물 집어넣는’ 식의 그렇고 그런 인물 교체라면 다수 국민의 불만과 불신을 씻어내기 어렵다.

지금 이 대통령을 보는 국민의 눈은 날카로울 대로 날카로워져 있다. 대통령에 대한 반대세력, 비판세력, 냉소세력과 실망한 사람들은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내각과 청와대에 들어설 새 진용에 대해 작은 흠도 크게 보려고 할 것이다. 애당초 이명박 정권의 탄생을 원치 않았던 쪽은 말할 것도 없고, 정권교체를 바랐던 쪽에서조차 이 대통령의 ‘1차 인사’에 실망하고 불만을 갖고 있는 국민이 대단히 많다. 이 정부의 내각과 청와대의 ‘첫 진용’이 한두 달 지나면서 일이라도 앞뒤 착착 맞게 하는 모습을 보였다면 ‘강부자’니 ‘고소영’이니 하는 냉소도 잦아들었을 것이다. 하지만 어떻게 저런 사람들만 골랐나 하는 개탄이 나올 정도로 ‘일 실력’이 형편없는 사람도 많았던 게 사실이다.

이 대통령은 이번 쇄신인사로 국민 신뢰 회복과 국정 정상화의 계기를 반드시 마련해야 한다. 대통령은 자신의 주변에서 사람을 찾는 연고주의부터 버리고 인력 풀을 확대해야 한다. ‘이 측근 주변인물 아니면 저 측근 주변인물’이라는 식으로 가까운 데서만 사람을 찾는다면 또 실패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

민심이반을 피하려면 “총리는 중립적 인사나 통합민주당 인사라도 과감히 기용해 국민 대통합 의지를 보여야 한다”는 이회창 자유선진당 총재의 주장도 수용할 수 있을 정도로 발상의 대전환이 필요하다. 정권의 외연(外延)을 넓히기 위해 중도 진보 진영의 시민단체나 정치세력과도 소통할 수 있는 사람들도 영입할 수 있어야 한다.

무엇보다 청와대 인사를 제대로 하려면 청와대를 단순히 참모 조직이 아닌 명실상부한 국정 컨트롤 타워로 인식해야 한다. 번지르르한 배경보다 국정과 정치 분야에 실무 경험이 있는 참모들을 기용해야 한다. 이 대통령은 자신과 정권이 벼랑 끝에 서 있다는 비상한 상황 인식을 갖고 이번 인사를 해야 한다. 발탁될 새 인물의 경우 도덕성과 능력은 기본이다. 품위나 품격이 문제됐거나 문제될 소지가 있는 사람은 기용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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