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주도의 ‘광우병 쇠고기 협상 전면 무효화 및 재협상/물 전기 가스 철도 의료 언론 시장화 사유화 정책 폐기/한반도 대운하 반대/기름값 물가 폭등 저지’를 위한 파업 찬반투표다. 파업찬반 투표에 부치는 이유만 50자가 넘지만 이 중 근로조건과 관련이 있는 것은 없다.
금속노조 현대차 지부(현대차 노조)가 찬반투표에 동참하겠다고 밝힌 9일부터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는 찬반 의견이 넘쳐났다.
“압도적으로 가결해 이명박 정부를 심판하자”(ID 진철)는 찬성 의견도 일부 있었지만, “고유가에 고물가에 너무나 살기 힘든 세상이다. 제발 정치파업의 고리를 이번에는 잘라버리자”(ID 소리꾼)는 반대 목소리가 압도적으로 많았다. 하지만 집행부는 투표를 강행했다.
현대차 노조는 가결되면 민주노총의 일정에 맞춰 파업에 돌입할 계획이다. 검찰은 근로조건과 직접 관련이 없는 명백한 불법파업이라고 이미 규정했다. 노조는 현 정갑득 금속노조 위원장이 노조 위원장이던 1996년 12월 노동법 개정에 반대하며 20일간 정치파업을 벌인 것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총 35일간 정치파업을 벌였다. 피해액은 1조792억 원(차량 생산 차질 11만1324대)에 이른다고 회사 측은 집계했다.
하지만 이것이 끝이 아니다.
노조는 사용자 단체의 불참으로 올해 산업별 노사교섭이 진전이 없다며 20일 중앙노동위원회에 조정신청을 낼 계획이다. 이어 23일 쟁의발생 결의를 위한 임시 대의원대회를 거쳐 26, 27일 이틀간 찬반투표를 다시 실시하기로 했다. 가결되면 조정기간(10일)이 끝나는 30일부터 파업이 가능한 상황이다.
회사 측은 “당장 가능한 현대차 지부와 회사 간의 노사 임금협상부터 진행시키고 중앙교섭은 산별준비위원회를 통해 별도로 논의하자”고 제안했지만 노조는 “중앙교섭 없이는 지부교섭도 없다”며 맞서고 있다.
지난해 노사 협상을 무분규로 타결해 박수를 받았던 현대차 노조가 올해는 또다시 노동계의 ‘싸움닭’을 자처하며 ‘파업 또 파업’에 돌입할 태세다.
13일 투표를 마치고 휴게소에 있던 한 조합원은 “쇠고기 협상 무효화 투쟁과 산별 노사 교섭에 왜 우리가 앞장서야 하느냐”며 “언제까지 노동계의 총알받이가 되어야 하는지 답답할 뿐”이라고 푸념했다.
정재락 사회부 jr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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