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FP통신은 15일 남아공의 프리토리아 인근 흑인거주지역인 아테리제빌에서 시민 300여 명이 모잠비크인 1명을 집단 폭행하고 돈을 빼앗은 뒤 산 채로 불태웠다고 전했다.
남아공 정부는 지난달 11일 폭력사태 발생 이후 외국인 40명 이상이 숨졌고 수만 명이 경찰서나 교회 등으로 대피했다고 최근 밝혔다. 희생자들은 단지 외국인이라는 이유로 끔찍한 집단 폭행을 당했다. 돌에 맞거나 도끼에 찍혀 다친 경우도 적지 않다.
남아공의 외국인 혐오증이 잔인한 폭력사태로 번진 데는 특히 최근의 심각한 경제 불황이 큰 이유가 됐다. 남아공의 높은 실업률이 국제 곡물가격 폭등과 맞물리면서 외국인 노동자들에 대한 민심이 크게 나빠졌다. 외신들은 어려운 경제사정이 “먹고살기도 어려운데 외국인들이 일자리를 빼앗고 있다”는 분노로 이어지면서 무자비한 폭력이 발생했다고 분석했다. 현재 남아공의 실업률은 24%를 넘는다.
외국인 혐오증은 다양한 경로를 통해 표출된다. 러시아와 독일의 극우민족주의자인 스킨헤드(skin head)는 아무런 이유 없이 외국인에 대해 ‘묻지마 식’ 폭력을 휘둘러왔다. 2006년 8월 아랍계 영국인의 여객기 테러 미수 사건이 발생하자 영국에서는 이슬람 사원에 불을 지르고 거리를 지나가던 이슬람인을 집단 폭행하는 사건이 잇따랐다. 프랑스에서는 2005년 10월 프랑스인들의 차별과 억압에 반발한 외국인 이민자들의 폭력 시위가 발생하기도 했다.
외국인 혐오증이 나타나는 이유는 이렇게 다양하지만 그 밑바닥에는 자기 민족에 대한 비뚤어진 우월의식이 자리 잡고 있다는 공통점이 나타난다. 이번 남아공 사태를 두고도 ‘백인들에게 차별당하던 남아공 흑인들의 울분이 자신들보다 열등한 주변국 흑인 이민자들에게 앙갚음으로 돌아간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한국은 어떨까. 국내 체류 외국인 100만 명 시대를 맞아 문화체육관광부가 10일 외국인 이주민 825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서는 “한국 사회에서 이주민에 대한 차별이 심하다”는 응답이 79.4%로 나타났다. 이제는 “한국 사회가 피부 색깔이나 국력에 따라 외국인들을 이중 잣대로 나눠 차별하고 있다”는 목소리에 심각하게 귀를 기울여야 할 때가 되지 않았을까.
이상록 국제부 myzod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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