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인터넷이 기업 활동 위협해서야

  • 입력 2008년 6월 17일 03시 04분


검증이 안 된 정보의 범람과 사이버 테러에 가까운 인신 비방은 인터넷의 어두운 그림자다. 한국은 컴퓨터 보급률이 높고 인터넷 인구가 많은 정보통신 강국이지만 인터넷 중독, 개인정보 유출, 인신 비방 댓글 문화, 프라이버시 침해 같은 부작용에서도 세계 선두를 달린다.

기업들이 포털 사이트에 뉴스를 제공하는 정체불명의 인터넷 매체 때문에 애로를 겪고 있다. 사실과 다른 내용의 기사를 인터넷에 올려놓고 기사를 내리는 조건으로 돈을 요구하는가 하면 아예 기업 내부 자료를 들고나가 인터넷 매체를 만들어 협박하는 범죄도 있다. 이들은 모두 ‘포털 사이트에 뉴스를 공급하는 언론사’라며 업체를 위협한다는 것이다.

아무리 작은 사이트의 기사도 네이버 다음 같은 포털에 뜨는 순간 엄청난 위력을 갖게 되므로 기업들이 공포감을 갖지 않을 수 없다. 인터넷의 특성상 기업에 대해 어떤 정보가 뜨게 되면 사실이 아니더라도 관련 정보는 수없이 복제돼 퍼져나간다. 이로 인한 매출 감소나 이미지 훼손 같은 유무형의 손실은 기업의 숨통을 끊어놓을 수 있다.

인터넷이 부정확한 정보나 근거 없는 소문의 통로가 되면서 생기는 해악과 사회적 갈등을 우리는 생생하게 목도했다. 광우병 위험에 대한 과장된 보도의 발단은 방송 프로그램이었지만 이렇게까지 공포감이 확산된 것은 여과 기능이 없는 인터넷을 통해서였다. 누리꾼들은 뜨거운 사회 현안에 대해 다양한 관점을 파악하려고 노력하는 대신에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들만 모이는 사이트에서 자기 의견을 일방적으로 강화하고 반대 의견에 대한 적개심을 축적하는 데 익숙하다.

마침 오늘 서울에서 인터넷 경제의 미래에 관해 논의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장관회의가 개막된다. 인터넷은 경제활동을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만드는 혁신의 메카이지만 기업 활동을 위축시키고 방해하는 흉기가 될 수도 있음을 최근 한국 사회가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이번 장관회의에서는 인터넷 경제의 미래를 결정짓는 세 요소로 창의 융합 신뢰를 꼽았다. 지금까지 인터넷 정책 프레임이 양적 팽창에 주력했다면 이제는 신뢰할 수 있는 인터넷 환경 조성이라는 질적 도약을 시도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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