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서울광장 청계광장을 시민에게 돌려주자

  • 입력 2008년 6월 17일 03시 04분


서울시민의 문화 휴식 공간으로 조성된 서울광장과 청계광장이 ‘상설 집회시위장’으로 변질돼 나들이 나온 시민과 인근 빌딩 근무자들에게 불편과 짜증을 주는 장소가 됐다. 촛불집회가 46일째 계속되면서 두 곳에서 개최될 예정이던 문화공연이나 스포츠 행사는 취소되거나 장소를 옮겨가고 있다. 서울광장의 잔디는 집회 시위에 시달려 곳곳이 흉하게 맨땅을 드러냈고 불에 탄 곳도 있다.

차량이 빽빽하게 밀리던 시청 앞 로터리에 너른 잔디광장이 조성됐을 때만 해도 인근 빌딩에 근무하는 회사원들은 녹색 잔디와 그 위에서 펼쳐지는 문화행사를 보며 마음의 여유를 찾을 수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매일처럼 집회장에서 울리는 확성기 소음이 고막을 때려 차분하게 근무하기 어려울 정도다.

프라자호텔에서 서울광장이 내려다보이는 룸이나 식당 자리는 오래전에 예약을 해야 할 정도로 인기를 끌었는데, 요즘에는 광장을 가리는 대형 차단막이 호텔 쪽에 설치됐다. 청계광장과 서울광장 주변의 식당들은 주말이면 이곳을 찾는 시민으로 짭짤한 수익을 올렸으나 요즘은 예약 손님마저 발길을 돌린다고 비명을 지른다. 이명박 서울시장의 치적이라는 평가를 받는 두 광장에서 연일 ‘이명박 정부 퇴진’ 구호가 나오는 것도 아이러니다.

집회 시위를 주도하는 측에서 보면 두 광장은 서울 한복판에 있고 교통이 편리해 많은 인원을 동원하기에 유리할 것이다. 청와대와 정부중앙청사가 가깝고, 언론기관과 외국 공관이 인근에 밀집해 집회와 시위의 파급 효과도 커서 더욱 선호하는 것 같다. 이런 판에 서울시는 광화문에서 세종로 사거리와 청계광장을 잇는 길이 740m, 폭 34m의 광화문광장 조성공사를 벌이고 있다. 서울시는 옛 육조거리를 재현하고 국가의 상징물로 만든다는 계획이지만 지금 같은 분위기라면 서울광장 청계광장의 확대판이 되기 쉽다.

사실 대도시의 도심에 나무 한 그루 없는 대형 광장이 있는 나라는 많지 않다. 모스크바의 붉은광장이나 베이징의 톈안먼광장도 군사 퍼레이드를 좋아하는 공산주의 독재자들 때문에 유지된 측면이 있다. 서울광장이나 광화문광장에는 울창하게 나무를 옮겨 심어 공원형 광장을 만들어보는 방법을 검토해볼 수도 있을 것이다.

근본적인 문제는 나의 권리와 주장만 부르짖고 타인의 휴식과 자유를 도외시하는 그릇된 인식에 있다. 서울광장과 청계광장을 시위꾼들로부터 되찾아 일상의 시민에게 돌려줘야 한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