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국가 백년대계의 교육 근간을 흔들며, 헌법에도 위배되는 현행 사학법이 반드시 개폐되어야 함은 재론의 여지가 없다. 그래서 교육계는 제18대 국회의 조속한 개원을 촉구하며, 최우선으로 사학법을 비롯한 각종 획일적인 통제 위주의 교육법이 개폐되기를 고대하고 있는 것이다.
현행 사학법의 위헌성과 불합리성을 새삼 열거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필자는 임시이사가 파견된 몇 개 대학에서 최근 사학분쟁조정위원회가 저지른 불미스러운 사례를 통해 이 법의 부작용을 지적하고자 한다. 얼마 전 보도된 상지대와 조선대의 경우는 사학분쟁조정위가 학원의 분쟁을 조정하고 해결하기보다는 오히려 심화시키고 있는 대표적 사례라 하겠다.
사학분쟁조정위는 재개정사학법(2007. 7. 27)상 임시이사가 파송된 학교에서 일어나는 각종 분쟁을 조정하기 위해 설치된 위원회이다(제25조 2항). 이 위원회의 설치는 문제의 개정사학법(2005.12. 29)이 정상적인 학원에 너무나 쉽게 임시이사가 파견될 수 있도록 규정한 독소조항(제25조)에 대한 안전장치로서 여야 간 합의로 마련된 것이다. 그러나 다분히 정치논리에 따라 졸속으로 만들어진 이 규정은 결과적으로 학교 운영을 더 어렵게 만들고 있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상지대의 경우, 학원이 정상화됨에 따라 관할청은 지체 없이 임시이사를 해임하고 정이사를 선임해야 함에도(제25조의 3) 물러나는 임시이사진이 정이사를 선임하는 불법까지 자행했다. 이에 대해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지난해 5월 이 결의가 무효라고 판결을 내렸다. 이런 일이 어떻게 일어날 수 있는가? 문제의 사학법상 임시이사의 임기가 사실상 무기한으로 모호하게 돼 있는 데다 분쟁조정위가 이를 묵인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이처럼 정권 교체기에 위원으로 대거 투입된 과거 정부의 인사들이 사사건건 발목을 잡고 있어 해당 학원의 학사운영상 고충은 이루 말할 수 없다.
그뿐 아니라 분쟁조정위가 임시이사 교체 대상인 학교법인을 심의하는 과정에서 해당 대학이 일부 편파적인 위원에 대해 기피신청을 냈으나 분쟁조정위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아 빈축을 사기도 했다. 이에 대해 교육과학기술부조차 참여정부가 임기 말에 전원 선임한 위원들로 말미암은 갈등을 해소할 방법을 찾지 못해 해당 사학의 정상화는 늦어질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이 같은 사례는 현행 사학법이 가져오는 폐해의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사학법을 정상적으로 개정하든지 폐지하는 길밖에 없다. 현행 사학법은 반민주적인 독소조항 말고도, 전인교육의 근간을 뒤흔들어 놓고 있다는 점에서 심각하다.
사학 비리를 감시한다는 미명 아래 학생들이 교사를 감시하고, 외부인을 불러들여 학교 운영을 간섭하게 하는 제도 아래서 어떻게 자율성과 창의성 있는 교육이 이루어지겠는가. 어떻게 사도(師道)가 확립될 수 있으며 사학 고유의 건학이념이 구현될 수 있겠는가.
우리 사회의 각종 비리와 비인간화 현상의 근본 원인이 전인교육을 무시한 교육 현장에 있다고 볼 때, 바른 교육만이 나라를 살리는 길이다. 여야는 즉시 개원해 사학법을 비롯한 각종 교육법을 최우선으로 다뤄야 한다.
김성영 사학수호국민운동 초대 본부장 전 성결대 총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