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3년 11월 22일 금요일 저녁 텍사스 댈러스에서 35대 존 F 케네디 대통령 암살사건이 일어나 미국과 전 세계가 충격과 혼동에 빠졌다. 그 당시 수사와는 별도로 사건의 전모를 밝히기 위해 연방대법원장 워런을 위원장으로 한 워런위원회(Warren Commission)가 구성됐다. 철저한 진상규명과 정책 대안을 제시해 혼란을 마무리 짓고 미국의 결속을 도모할 수 있었다.
2001년 9·11테러라는 국가적 재앙에 당면한 뒤 이른바 9·11위원회가 구성됐다. 조사위원회는 현직 대통령까지 조사하도록 한, 삼권을 초월한 독립적인 국가기구였다. 세계10개국에서 1200명이 넘는 사람을 직접 인터뷰하고 국가안보 관련 비밀서류를 포함한 250만 쪽의 서류를 검토해 당시 상황을 비교적 소상히 그려냈다. 조사결과 보고서는 전 세계적인 베스트셀러가 됐다.
미국은 정치적 난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원칙적으로는 의회 중심의 진상조사위원회를 구성했다. 하지만 여의치 않거나 신속성이 요구될 때는 대통령의 결단에 의해 행정부 차원의 진상조사위원회를 구성해 의혹과 불신을 해소하고 대안을 강구해 국력을 결집하는 기회로 삼았다.
우리는 어떤가. 촛불집회에 국회의원들이 거리로 나서 대의정치를 무색하게 하고 있다. 국회의원들은 이제라도 국회라는 정치적 공론의 장에서 해법을 강구하는 것이 국민에 대한 의무이자 도리다. 국가적 난제 해결을 위한 최선의 방책은 진보와 보수를 모두 포괄하는 여야 국회의원들이 머리를 맞대 국가 차원의 진상조사 활동을 전개하는 것이다. 당파적 이해타산 때문에 어려울 경우 대통령의 결단에 의한 행정부 자체적인 국가적 진상조사위원회를 구성하는 것을 고려해 볼 수 있다.
이는 촛불집회가 종결되더라도 역사적인 교훈을 얻기 위해 필요한 일이다. 목적은 쇠고기 협상과 관련한 제반 문제점을 샅샅이 반추하고 국가적 혼란 극복과 해결책을 제시하는 것이다.
필연적으로 분야별 소위원회가 구성돼야 할 것이다. 쇠고기 협상과 자유무역협정(FTA)의 연계성과 FTA의 긴박한 필요성 여부에 대한 판단, 촛불집회의 총체적 전개과정 등에 대해 소상하게 분과별로 파악해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국민의 오해를 사고 있는 부분은 풀고 과학적인 분석과 설명이 필요한 부분은 과학적으로 대처하고, 사회 심리적 판단과 대처가 필요한 부분은 그에 맞는 대응책을 강구하고 궁극적으로 정책 대안을 제시하도록 해 국가운영을 위한 교훈 자료로 삼자.
한희원 동국대 법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