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박창호]사이버 편식은 진리와 멀다

  • 입력 2008년 6월 21일 03시 01분


인터넷을 우린 얼마나 믿을 수 있는가. 말보다 글이 진리에 방해가 된다고 한 철학자가 있었다. 인쇄된 글은 개인의 경험을 완전히 담아낼 수 없어서 말보다 진실하지 못하다는 것이다. 말은 상대적으로 순간적이지만 글은 독자를 생각하면서 자신을 드러내기에 아무래도 진실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주장이다. 글은 자신을 보여주는 과정에서 남을 의식하게 되고 그러다 보면 진실하지 못하게 된다는 의미일 것이다. 인터넷은 개개인의 사적 공간을 넘어 이제 남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는 타자와 공유하는 공적 공간이 되면서 그 진실성에 대해 궁금해진다.

인터넷은 말과 글 못지않게 중요한 소통의 도구이다. 인터넷이 얼마나 진실할 수 있는가에 대한 관심이 최근 대통령의 한마디 말에 모아졌다. ‘인터넷은 신뢰가 담보되지 않으면 독이 될 수 있다’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장관회의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한 말을 두고 언론들이 이런저런 해석을 달아 기사화했다. 쇠고기 협상에 불만인 국민의 촛불시위가 인터넷 탓인 듯한 대통령의 볼멘소리로 들릴 수 있기에 귀를 세울 수 있는 대목이다. 아니나 다를까 대통령의 기자회견에서 질문으로 던져졌고 대통령은 그에 대해 인터넷 선진국가로서 얘기한 것이라고 밝히면서 인터넷 소통의 의미를 정부차원에서 새롭게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인터넷을 소통적 차원에서 이해할 필요는 있지만 사실 믿을 수 있는 공간인가에 대해서는 의심스러운 부분이 많다. 인터넷은 정보의 파편들이 합쳐져 만들어 낸 흐름의 공간이지, 정제되고 검증된 정보의 보고로서만 기능하는 것은 아니다.

미국 기술문명 평론가인 니컬러스 카는 인간의 집중과 사색능력을 쇠퇴하게 만드는 것이 인터넷이라고 경고하면서 방대한 정보망에 연결되어 있지만 응축된 사유의 공간은 아니라고 그 위험성을 지적했다. 한마디로 인터넷은 인간을 바보로 만든다는 것이다. 정보를 찾는 방식에서 생각 없이 손끝 터치로 방대한 정보를 자기편의주의식으로 택하게 되면 정보에 대한 진실성을 담아내긴 어렵게 된다. 사실 인터넷은 거짓과 진실의 경계가 모호하고 이를 구체적으로 입증할 방법도 없다는 것이 문제다. 블로거가 올린 글을 뉴스 취급하는 최근 포털의 행태에서 우리는 더욱 혼란스럽기만 하다. 토론방에서 검증되지 않는 정보에 근거한 쟁점에서 억측 소문의 피해자를 낳게 되는 인터넷 마녀사냥은 이제 개인의 수준을 넘어 기업과 국가를 그 대상으로 하고 있다.

올바른 정보를 가지고 비판을 하는 공론장으로서의 인터넷을 기대하지만, 지금은 그러한 기대를 위태롭게 한다. 왜냐하면 너무 많은 정보 속에서 어떤 정보가 옳은지 그른지 판단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이용자들도 올바른 정보를 찾기에 앞서 자신들의 기호에 맞는 정보를 찾기 때문이다.

인터넷의 신뢰성에 대한 관심은 인터넷 이용 동기와도 무관하지 않다. 한국의 인터넷 이용 시 흥미로운 현상은 정보를 찾는 정보지향적 이용보다는 다른 사람과의 관계를 맺기 위한 관계지향적 이용이 더 우세하다는 점이다. 비록 진실한 정보가 아니어도 같은 의견을 공유하는 사람이 있으면 함께 그 의미를 나누는 데 인터넷을 이용하게 된다는 해석일 수 있다. 진실한 정보의 확인은 지금의 수준에선 누리꾼의 몫이 아니다. 이젠 그런 정보를 가려낼 수 있는 장치가 필요한 것이다. 소통의 차원에서 인터넷을 이해해야 하지만, 깊은 사색 없이 단견들이 난무하는 쪼가리 지식을 진리로 받아들여야 하는 인터넷을 우리는 경계해야 한다. 인터넷에서 생각 없이 기호에 맞는 파편화된 정보를 따르는 것은 위험한 것을 넘어 인간을 바보로 만들 수 있다.

박창호 숭실대 정보사회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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