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위대가 경찰버스의 지붕 위에서 휘두른 깃발들은 쇠고기 추가협상에도 불구하고 오로지 전면 재협상과 이명박 퇴진을 외치는 세력이 누구인지를 생생하게 보여줬다. 공권력을 한껏 조롱한 ‘깃발들의 쇼’는 ‘촛불문화제’라는 위장막 뒤에서 50일이 넘게 소동을 벌이고 있는 ‘광우병 국민대책회의’의 실체도 분명하게 확인시켰다.
21일 오후 5시 반경부터는 포털사이트 다음의 토론방 ‘아고라’ 회원 100여 명이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에서 광화문으로 향하는 5개 차로를 점거하고 차량 통행을 방해하기 위해 드러눕기도 했다. 이들이 세종로 사거리 일대와 서울광장을 휘젓고 다니는 동안 오도 가도 못한 차량들은 경적을 울려댔다. ‘아고라’는 최근 동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 세 신문의 광고주를 협박하는 센터 노릇을 해 왔다. 오프라인과 온라인을 오가며 법치(法治)를 비웃고 있는데도 공권력은 오히려 이들의 눈치를 보며 전전긍긍하고 있는 판이다.
‘쇠고기 촛불’이 변질된 것은 지난달 24일 밤 ‘청와대로 쳐들어가자’며 벌인 시위 때부터였다. 당시 청와대 입구로 몰려간 시위대의 상당수는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 및 한총련 깃발을 들었다. 이때부터 촛불집회는 좌파의 노골적인 정치투쟁의 장으로 변질됐다.
지난 주말 시위대는 정부가 국민 세금으로 구입한 경찰버스 7대를 폭력으로 부숴버렸다. 한 달 동안 시위대의 폭력에 파손된 경찰버스만도 58대나 된다. 국가 공권력이 수도(首都)의 한복판을 불법 시위대에 내주고 청와대 진입만 막으면 임무를 완수했다고 생각한다면 나라의 장래가 걱정이다.
구독
구독
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