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로서도 고충이 있을 것이다. 촛불시위로 어수선한 사회 분위기를 고려하면 개혁의 경중과 완급을 조절하는 것이 전략적으로 유리하다고 판단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런 미봉책은 아무리 그럴듯하게 포장해도 국민에게 감동을 주지 못한다. 작년 12월 대선에서 압도적인 표차로 정권 교체를 선택한 시대정신에도 어긋난다. 정부의 개혁 의지가 의심받아서는 법치의 회복도, 경제 살리기도, 국가 선진화도 공염불이 될 수밖에 없다.
정부는 이제라도 국정의 방향과 목표를 재점검해 ‘반드시 해야 할 일’과 ‘해서는 안 되는 일’을 구분해 실행에 옮겨야 한다. 과도한 행정권의 행사로 민간 자율과 시장 기능을 훼손하는 것은 피해야 하지만, 국정 목표 및 다수 국민의 이익에 부합되는 것은 적극적인 중재와 설득을 통해 이해 당사자들의 갈등을 해소하고 실제 정책으로 엮어내야 한다.
국민도 역대 정권의 경험을 통해 개혁이 쉽지 않다는 것쯤은 안다. 이명박 정부가 출범하면서 공공부문, 규제, 교육부문을 개혁하겠다고 했을 때 국민이 박수를 보낸 것은 반드시 해야 할 일은 결코 피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높이 샀기 때문이다.
정부는 지난 4개월 동안 많은 일을 할 것처럼 의욕을 보였지만 미숙한 실행력과 준비 부족으로 무엇 하나 딱 부러지게 마무리하지 못했다. 그 점은 반성해야 마땅하나 그렇다고 이제 와서 일부 세력의 저항을 걱정해 뒷걸음질치다 보면 임기 내내 끌려 다닐 수밖에 없다. 개혁이 당장 고통스럽다고 차일피일 미루다 보면 비효율의 적폐가 쌓여 경제의 정상적인 작동마저 어렵게 된다.
정부는 개혁 의지가 퇴색하지 않았음을 구체적인 정책 수립과 실천을 통해 보여줘야 한다. ‘논란거리는 피하고 보자’는 식의 수세적, 현상유지적 국정운영은 이 정부의 존재 가치를 스스로 부인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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