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이 영상이 공개된 것은 올해 2월이었다. 당시 미국 사상 최대 규모의 쇠고기 리콜(제품 회수)이 이뤄졌지만 이미 리콜 대상 쇠고기의 대부분이 학교 급식 등을 통해 소비된 뒤였다. 하지만 미국에선 광우병 공포가 확산되지 않았다. 왜 그랬을까.
동물보호단체가 다우너 소 도축 장면을 공개했을 때 미국 언론도 이를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그러나 보도 방식은 한국과 큰 차이가 있었다.
뉴스 시청률이 가장 높은 NBC 뉴스의 경우 앵커인 브라이언 윌리엄스 씨가 “다음에 전해드릴 뉴스는 청소년이 보기에 적절치 않은 장면이 있어 부모의 지도가 필요하다”는 내용의 주의방송부터 했다. 감수성이 예민한 청소년들에게 충격을 줄 것을 우려해서였다. 미국 방송사는 자극적인 장면이 있는 뉴스를 보도할 때에는 대체로 이런 경고방송을 한다.
이어 동물 학대와 식품 위생의 문제점을 짚으면서 “리콜 대상 쇠고기도 도축 전에 검사를 거쳤기 때문에 건강상의 문제는 없다”는 미 농무부 측 이야기를 동시에 전했다. 우리나라에서 다우너 소 도축 영상을 방송할 때 나온 스산한 배경음악은 물론 없었다.
뉴욕타임스의 보도도 차분했다. “다우너 소를 먹으면 광우병에 걸릴 가능성이 높다”는 표현은 한마디도 없었다. “다우너 소의 경우 광우병을 포함한 각종 질병에 감염됐을 위험이 일반 소보다 높지만 광우병의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것이 이 신문의 보도였다. 기사는 “(다우너 소) 쇠고기 리콜의 위험도는 2등급으로, 병원성 대장균에 의한 식중독 우려 리콜에 적용하는 1등급보다 낮다”고 지적했다.
정부의 대응도 신속했다. 미 농무부는 다우너 소 도축과 쇠고기 리콜에 대한 자세한 내용을 홈페이지에 공개했다. 미국 각 지역 교육청은 “리콜 대상 쇠고기가 일부 학교 급식에 사용됐지만 건강에 미치는 위험은 없다”는 e메일을 보내 학부모들을 안심시켰다.
‘미국에서 모든 현안은 의회로 통한다’는 말이 있다. 의원들은 2월 농무부 장관을 출석시켜 검사를 통과한 다우너 소의 도축을 계속 허용해야 할지 등을 놓고 치열한 토론을 벌였다. 미 농무부는 결국 다우너 소에 대한 식용 도축을 전면 금지했다.
나라가 극심한 혼란에 빠져 있는데도 아직 개원조차 못하고 있는 한국 국회와는 너무나 다른 모습이었다.
공종식 뉴욕특파원 k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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