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카페 ‘과격불법 촛불집회 반대 시민연대’가 주최한 집회에서 참가자들은 “요즘 광화문에서는 죄 없는 경찰과 시민이 폭행당하고, 도로가 무단으로 점거당하는 등 대한민국을 혼란케 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는데 이런 광기 어린 쇼는 MBC의 거짓 선동방송으로부터 시작됐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1시간 반여가 흐른 뒤 MBC 취재진이 집회 참가자들 앞에 나타났다.
최근 광화문 주변에서 벌어지고 있는 시위의 양상대로라면 MBC 취재진은 시위대에 둘러싸여 집단 구타를 당해야만 할 상황이었다.
하지만 MBC 취재진에 돌아온 것은 흥분한 참가자 한두 명이 한 욕설 몇 마디가 전부였다. 집회 사회자 이태환 씨는 “우리는 MBC의 보도에 문제 제기를 하러 온 것이다. 기자를 비난해서는 안 된다”며 참가자들을 설득했다. 그는 또 “MBC를 포함해 모든 언론사는 취재할 권리가 있다”며 MBC의 취재활동을 보호했다.
이후 MBC 취재진은 자유롭게 참가자들 사이를 오갔고 참가자들은 MBC 카메라를 향해 유인물을 흔들며 자신들의 주장을 알렸다.
참가자들은 경찰 통제선을 넘지 않고 차도도 점거하지 않은 채 당초 신고한 대로 오후 5시 집회를 마쳤다. 장난감총으로 MBC를 쏘는 퍼포먼스를 계획했지만 “하지 않는 게 좋겠다”는 일부의 지적에 이마저도 포기했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라는 노래를 셀 수 없이 반복해 부르면서도 민주적 절차를 무시하는 광화문 주변의 쇠고기 수입 반대 시위와는 너무나도 대조적이었다.
차단벽으로 세워 둔 경찰 버스 수십 대를 부순 광화문 시위대에 경찰 통제선은 말 그대로 무용지물이다.
광우병 국민대책회의 등 시위 주도 단체는 자신들의 입맛에 맞지 않는 언론사에는 취재를 차단하고 있다. 자신들이 폭력을 휘두르는 모습은 아예 사진조차 찍지 못하게 하고 있다. 일부 시위대는 취재하는 기자들에게도 거리낌 없이 폭력을 휘두르기도 한다.
매일 밤 망치와 쇠파이프를 들고 경찰과 ‘전투’를 벌이고 시민들의 불편은 아랑곳하지 않고 도로를 불법 점거하면서도 시위대는 스스로를 민주시민이라고 부른다.
도대체 이들이 말하는 민주주의는 어떤 것인지 궁금하다.
유덕영 사회부 fire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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