굶주리는 북녘 주민들을 생각하면 어처구니없는 일이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자존심을 위해서라면 주민들이야 굶건 말건 관계가 없다는 것이니, 이보다 더한 비인도적 독재정권이 없다. 김 위원장과 그 추종세력은 옥수수가 없어도 굶어 죽을 염려가 없지만 일반 주민들은 다르다. 옥수수 5만 t이면 많은 사람이 기아와 아사(餓死)를 면할 수 있다. 지도층의 그 알량한 자존심 때문에 굶주리게 하다니 이러고도 ‘인민’을 입에 올릴 수 있는지 모르겠다.
그런 북한이 미국의 식량 지원은 흔쾌히 수용했다. 미국이 핵문제 진전에 따라 북한에 지원하기로 한 쌀 50만 t 가운데 1차분을 이미 받았다. 북의 속내는 자명하다. 한국을 따돌리고 미국과 직거래를 하겠다는 통미봉남(通美封南)의 하나이다. 이렇게 되면 초조해진 남한이 “제발 우리 것도 받아 달라”고 매달린다는 것을 북한은 경험을 통해 알고 있다.
그런데도 우리 사회의 일부 단체와 세력들은 “정부가 대북 지원의 시기를 놓쳤다”고 비난하고 있다. “대북 지원과 북핵 문제 해결을 애초 연계하지 않았어야 한다”는 주장도 거세다. 그러나 한번 생각해 보자. 정권의 자존심을 위해 주민을 굶기는 쪽이 비판받아야 하는가, 대북 지원의 원칙까지 깨가며 인도적 지원에 나선 쪽이 비판받아야 하는가.
최소한의 양식과 이성을 가진 사람이라면 이제라도 김정일을 향해 규탄의 촛불을 들어야 옳다. 쇠고기에 쏟은 마음의 만분의 1이라도 북녘 동포들의 비참한 삶에 쏟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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