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시중 돈줄 죄기’ 부작용도 대비해야

  • 입력 2008년 7월 3일 23시 04분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이 그제 “최근 현금, 요구불예금, 은행저축성예금 등을 포함한 통화지표인 넓은 의미의 통화(M2) 증가율이 15%로 경제성장률에 비해 과도하다”고 말해 물가안정을 위해 유동성 조절에 나설 것임을 강력히 시사했다. 전광우 금융위원장도 “상환능력을 초과하는 수준의 대기업 인수합병(M&A) 대출심사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10년 만에 처음으로 소비자물가가 5.5%까지 오르자 정부가 안정 대책을 내놓은 것이다.

지금의 고물가는 기본적으로 국제 유가 등 원자재 값 상승에 따른 비용인상(cost-push) 인플레이션 때문이지만 정부가 지적하듯 돈이 지나치게 많이 풀린 탓도 없지 않다. 그렇지만 금융시장에서는 대출규제를 통한 유동성 관리의 효과에 의문을 제기한다. 중소기업 및 가계의 자금난으로 소비심리만 더 위축되고 기업투자가 되살아나지 못해 결국 성장잠재력 확충이 멀어질 수도 있다. 정부가 정책 실패 가능성을 줄이고 실물동향에 맞춘 유동성 관리를 해야 할 텐데, 자칫하면 물가도 못 잡고 시장 경색과 충격만 키울 우려가 없지 않다.

강 장관은 취임 직후 “현재의 물가 오름세는 국제유가 상승 등 대외여건 탓”이라고 했고 3월 말엔 금리 인하가 필요하다는 시각을 보였다. 그러다가 5월엔 물가안정에 무게를 두었고 이번에는 한 걸음 더 나가 유동성 관리 대책을 내놓았다. 이런 정책 전환은 물가불안이 민생을 짓누르는 데 따른 고육책이겠지만 정부가 초단기적 경제 예측에서부터 갈팡질팡해 온 탓도 크다.

정부는 경제운용 기조를 너무 쉽게, 너무 빨리 바꿔 오히려 리스크(위험)를 키우지 않느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새겨들을 필요가 있다. 요즘 시장에서는 ‘수요 위축에 긴축이 겹쳐 3∼6개월 후 경기둔화가 더 깊어질 가능성은 생각해 봤느냐’ ‘각국이 긴축할 때 홀로 성장을 외친 결과가 겨우 이것이냐’ 같은 비판이 나온다. 유동성 관리를 하더라도 시장에서 과도한 쏠림현상이 나타나지 않도록 조용히 해야 한다. 중소기업의 자금사정도 각별히 챙겨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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