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력 운영, 연구비 등에 관한 정부 통제가 출연연구기관이 수준 높은 성과를 내는 데 걸림돌이 된다는 분석이 나왔다.
과학기술정책연구원(STEPI)은 최근 발표한 ‘창의적 프론티어 연구 환경 조성에 대한 탐색’이라는 보고서에서 “한국의 공공연구부문은 미국 연구조직보다 창의적 성과가 나올 확률이 낮다”며 “특히 대학보다 정부의 통제가 강한 출연연에서 그 가능성이 더 희박하다”고 설명했다.
‘창의적 성과’란 선진국 기술을 모방하지 않은 독자적인 기술을 통해 고위험, 고수익 연구를 전개해 얻은 결과를 말한다.
보고서는 2006년 발표된 외국 연구결과를 인용해 창의적 공공연구조직과 비창의적 공공연구조직의 구조를 비교했다.
그 결과 창의적 공공연구조직은 일반적으로 규모가 작으며, 전략 변화 시 특정 영역에서 다른 영역으로 재빨리 전환할 수 있는 유연성을 지니고 있었다. 조직의 리더가 과학 흐름을 이해하고 있는 것도 특징이었다. 무엇보다 관료주의적 통제 기능이 약했다. 보고서는 이것들을 ‘약한 제도적 특성’으로 통칭했다. 미국 록펠러, 칼텍 연구소가 대표적이다.
반면 중요한 과학적 발견을 하는 데 실패한 비창의적 공공연구조직은 규모가 컸으며, 조직은 유연하지 못했고 분화 정도도 지나쳤다. 리더도 다양한 과학적 사실을 통합하는 데 서툴렀으며, 계층에 따른 권한부여와 관료주의적 속성이 강했다. ‘강한 제도적 특성’이었다. 독일 뮌헨대와 하이델베르크대가 거론됐다.
보고서는 한국의 공공연구부문은 전반적으로 미국보다 강한 제도적 환경을 지니고 있다고 지적했다. 독일에 가까운 모델이라는 것이다. 특히 대학보다는 출연연에서 이 같은 경향이 두드러진다고 설명했다. 정부가 연구 인력과 연구소 운영, 연구 자금 부여에 관해 대학에서보다 높은 통제력을 행사하기 때문이다.
보고서는 “창의적인 연구집단은 비계획적인 다학제 접촉이 가능해야 탄생한다”며 “다양한 학문적 배경을 가진 연구자들이 서로 쉽게 만날 수 있도록 실험실 설비, 사무실 집기, 휴식 공간, 식당 등을 배치해 아이디어를 공유하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또 “출연연의 전체 구조를 바꾸는 것뿐만 아니라 출연연 내부의 운영 시스템을 전환하는 작업도 필요하다”며 “산학연은 물론 출연연 기관끼리나 기관 내 팀 간에 융합 연구가 이뤄지도록 협동 프로그램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정호 동아사이언스 기자 sunris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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