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부형권]포털 自淨, 용두사미 경계를

  • 입력 2008년 7월 7일 02시 59분


국내 1위 포털 사이트인 네이버는 지난달 12일 ‘최근의 오해에 대해 네이버가 드리는 글’을 발표했다. 일부 좌파 성향 방송과 군소신문, 인터넷매체가 미국산 쇠고기의 위험성을 극도로 과장·왜곡해 부추긴 반(反)정부 불법 시위와 관련해 네이버가 과격한 누리꾼들에게서 “친(親)정부 보수세력”이란 공격을 받던 때였다.

네이버는 이 글에서 “정치적 편향을 경계하다 보니 요즘처럼 한목소리가 큰 힘을 얻을 때 반대 목소리를 옹호하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을 것”이라고 고민을 털어놓았다. 일각에서는 “네이버가 김대중, 노무현 정부 시절 ‘좌파 정권과 결탁한 포털’이라는 비판을 적잖게 받은 점을 생각하면 격세지감을 느낀다”는 반응도 나왔다. ‘네이버 뉴스는 정치적 고려와 무관하다’는 네이버의 항변은 ‘쇠고기 정국’을 사세(社勢) 확장에 활용한 포털 2위 다음을 겨냥한 것이기도 했다.

네이버는 결국 이달 1일 ‘메인화면의 뉴스서비스 편집 포기’를 선언했다. 네이버 운영업체인 NHN의 최휘영 사장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사회적 의제 설정 기능은 언론에 맡기고 네이버는 뒤로 빠지겠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 포털의 편향성 논란이 ‘언론 아닌 언론, 책임 없는 언론’의 지위를 누려왔기 때문에 생긴 인과응보임을 인식한 것으로 느껴졌다.

네이버발(發) 포털 자정(自淨) 노력은 다른 대형 포털로 빠르게 퍼져 나가고 있다. 야후코리아는 “뉴스서비스의 개선안 마련을 위해 미국 본사의 관련 담당자들과 논의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싸이월드와 엠파스를 운영하는 SK커뮤니케이션즈도 서비스 전반에 대한 개선안 마련에 들어갔다. 포털이 지금까지와 같은 방식으로 더 흘러가서는 안 된다는 사회적 공감대도 확산되고 있다.

한국의 대형 포털은 그동안 포털 안에서 벌어지는 수많은 불법과 부당행위에 눈 감고 오히려 그런 구조를 사업적으로 악용한다는 비판도 받아왔다. 기자가 최근 만난 한 소규모 인터넷 사업자는 “인터넷 비즈니스에서 포털은 문어발식 경영으로 중소기업을 다 죽이는 재벌과 영세상인의 숨통을 조이는 악덕 대형 유통업체를 합쳐 놓은 괴물 같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이런 부정적 인식을 없애기 위해서라도 어렵게 시작된 각 포털의 자정 노력이 용두사미(龍頭蛇尾)가 되지 않길 기대한다. 길게 보면 그것이 결국 포털이 사는 길이란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부형권 산업부 bookum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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