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수십 년간 첨단기술 서비스와 국내 소비에 힘입어 인도의 국내총생산(GDP)은 연평균 7% 증가했다. 2006년과 지난해에는 8.5%씩 성장했다. 성장 둔화가 예고된 올해도 성장 전망치는 7.8%에 이른다. 인도는 이제 2억5000만 명의 중산층과 약 1조 달러의 경제규모를 가진 국가다. 영어에 능통한 젊은이들이 전 세계에서 본국에 기여하는 자본과 각종 노하우도 오늘날 잘나가는 인도를 만드는 데 일조했다.
안정적인 노동력의 성장도 여기에 힘을 보태고 있다. ‘1가구 1자녀’ 정책을 고수해온 중국의 경우 앞으로 5년 안에 심각한 인구감소 문제에 부딪힐 것이다. 반면 인도의 경제활동 인구는 국가의 수요에 부합하는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다. 또 유가가 급등하는 시기에 천연가스가 개발됨으로써 인도는 중동 국가들에 의지하지 않고도 에너지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앞으로 몇 년 안에 이런 인도의 경제를 냉각시킬 몇 가지 문제점도 나타나고 있다.
첫째, 카스트 제도에 바탕을 둔 군소 정당들이 영향력을 확대하면서 정당 시스템이 파편화되고 있다. 주요 양당인 국민회의당과 인도국민당의 득표율은 줄어드는 반면 작은 정당들이 지지 기반을 넓히고 있다. 이런 정당의 수가 많아질수록 개혁 프로젝트 추진을 위해 양보해야 할 것도 많아진다.
차기 연합정부는 지금보다 더 많은 카스트 기반의 지역 정당들을 포함하게 될 것이다. 이는 정부가 경제 자유화에 필요한 정치적 협상을 할 때마다 더 많은 지역적 이해관계가 얽히게 될 것임을 의미한다.
인프라스트럭처 문제도 경제성장의 발목을 잡고 있다. 인도는 내부 권력투쟁 때문에 도로와 철도, 항만, 교량, 공항, 통신네트워크와 전력 같은 인프라스트럭처의 수요 급증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문제는 인도의 현재 경제성장이 서비스와 소프트웨어, 정보기술(IT) 같은 선진 산업분야에 기반을 두고 있다는 것이다. 이 분야는 관료들과 지역의 정치인들이 성장의 발목을 잡을 수 없는 분야다. 이 분야에서는 능력 있는 정부 경영자들이 이기적인 지역 유지들의 이해관계에 얽매이지 않고 효율적인 관리 환경을 조성할 수 있었다.
그러나 정부가 이보다 더 범위가 넓은 제조업이나 중공업, 미디어. 자동차 분야 등에 투자를 끌어들이는 과정에서는 지역의 이해관계를 배제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이것이 인도의 경제인들이 잘 아는 ‘작지만 추한 비밀’이다. 이 때문에 많은 이들이 회사 성장의 지원군을 나라 밖에서 찾고 있다.
반면 중국의 경우 이런 문제가 없다. 노동력이 감소하고 환경문제가 한계상황에 도달하거나 사회적 불안정성이 전면화되기 전까지는 중국은 중앙의 계획에 의해 경제성장을 막는 이런 구조적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반면 인도는 변덕스러운 정치적 연합이 제조 기반의 발전에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다. 이는 경제가 계속 성장하고 부가 더 고르게 분배되도록 하기 위해 인도가 거쳐야 할 전환의 과정이기도 하다.
이언 브레머 유라시아그룹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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