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 출신 장관은 그 선임 기준이 분명치 않다. 다른 부처 장관의 프로필에는 대개 소관 업무의 어느 분야에 전문성이 있다는 말이 들어간다. 그런데 교육부 장관은 그게 불분명하다. 학자니까 전공 분야의 업적을 내세우지만 다양한 교육부 업무를 처리하는 데 전공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교육부 수장은 교수만 될 수 있나
문제는 장관을 마치고 물러날 때도 비슷한 기준이 적용된다는 것이다. 어느 교육부 장관이 무슨 업적을 남겼는지 우리는 별로 따지지도 않고 기억하지도 못한다. 큰 허물이 없으면 잘한 것으로 쳐 준다. 교육이란 게 하루아침에 바꾸거나 좋게 만들 수 없는 것이어서 장관에게 별다른 기대를 하지 않기 때문이다.
대학 교수 출신을 교육부의 수장으로 선임하는 데는 이런 믿음이 깔려 있는 듯하다. 대학 교수까지 됐으니 기본 자질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오랫동안 대학에서 학생을 가르쳐 왔으니 ‘교육’도 잘 알 것이다, 주요 보직이나 총장을 지냈다면 행정력과 추진력도 갖추고 있을 게 틀림없다는 믿음이다. 그런 느슨한 기준에 맞는 사람은 차고 넘쳐난다. 그러니 이름깨나 알려진 학자나 총장 출신을 임명하면 인사 잘못했다는 욕은 먹지 않는다.
현실적 필요성과 배경도 있다. 교육부 업무에서 가장 중요한 게 대학입시 등 대학을 상대하는 것인 데다 권위주의나 군사정부 시절에는 대학생 동향이 걱정돼 학식과 덕망이 있는 인물을 내세워 무마하려다 보니 교수나 총장 출신을 중용하게 됐다는 것이다.
교육부 관료는 대학에 군림하고, 통제만 하려 한다는 인식(교육부 관료들은 근거 없는 주장이라고 말한다)도 교수 출신을 선호하게 만들었다. 설마할지 모르지만 1948년 안호상 초대 문교부 장관부터 이번의 안병만 교과부 장관 내정자에 이르기까지 52대 50명의 교육부 수장 중 교육부에서 잔뼈가 굵은 직업 관료는 한 명도 없다. 차관이 정점이다. 다른 부처에서 차관을 거쳐 장관을 지낸 사람이 부지기수인 것을 생각하면 정상은 아니다.
누가 교육부 수장으로 오든 임명도 평가도 너그럽게 하는 데는 짧은 재임 기간도 한몫한다. 역대 교육부 수장의 평균 임기는 1년 2개월쯤이다. 무슨 일을 벌여서 결과를 기다릴 만한 시간이 못 된다. 부임해서 업무 파악하고, 이런저런 자리에서 축사 좀 하고, 지방의 교육현장 몇 번 갔다 오면 보따리를 싸야 한다.
교육부와 과학기술부가 통합된 이후에는 장관의 운신이 더욱 힘들어진 듯하다. 교과부 장관과 대통령교육과학문화수석비서관이 모두 인문계 출신이라고 해서 옛 과기부 출신들이 섭섭해 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장관이 내부 눈치부터 봐야 할 판이다. 겉으로 드러날 정도로 그릇을 깨는 일이야 없겠지만 현실적으로는 업무 추진에 애로가 될 게 뻔하다.
인재풀 넓히고 일할 시간 보장해야
‘교육부 수장=교수 출신’이라는 관행도 깰 때가 온 듯하다. 교수 출신만 임명해 물에 물탄 듯한 장관을 양산하기보다는 장관에게 무엇을 원하는지를 분명히 하고, 그 목적을 이룰 만한 사람을 임명할 필요가 있다. 모든 걸 잘하려면 아무것도 잘할 수 없다는 사실을 인정하자는 것이다. 행정의 효율을 원한다면 교육부 관료 출신도 괜찮고, 초중고교 교육을 살리려면 교장 출신은 어떤가. 대학개혁을 밀어붙이려면 구조조정 전문가를 발탁하고, 글로벌 인재 양성이 목적이라면 성공한 최고경영자(CEO)도 검토할 만하다. 대학 사회에서야 무슨 소리냐고 펄쩍 뛸지 모르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슬그머니 왔다가 슬그머니 사라지는 장관보다야 낫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인사원칙은 그에게 시간을 주는 일이다.
심규선 편집국 부국장 kssh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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