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김홍래]대체복무제, 우리 안보상황엔 시기상조

  • 입력 2008년 7월 10일 02시 59분


대체복무 허용 방침을 사실상 원점에서 재검토한다는 것은 잘된 일이다. 국가정책의 변경이 바람직스럽다고만 할 수는 없지만 잘못된 정책을 바로잡는 것은 백 번이라도 좋다.

사실 지난번 대체복무 허용 방침도 찜찜하게 이루어졌다. 소수의 인권 운운하는 정부의 압력에 따라 마지못해 내린 조치였다. 이제는 정말 잘 따져봐야 한다. 대다수 국민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우리의 안보상황은 어떤지….

다행히 국민은 대체로 복무제가 우리 안보상황에는 맞지 않는 제도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종교의 자유는 어떻게 지켜지는가? 지켜줄 나라가 없으면 종교의 자유는 한낱 구호에 불과하다. 우리는 일본에 나라를 빼앗기고 신사참배를 강요당했다. 수많은 종교인이 종교 자유를 지키기 위해 순교의 길을 택했다.

6·25전쟁 때 우리는 종교를 부정하는 공산주의자들과 싸웠다. 특정 종교인들이 그토록 혐오하고 부정하는 총을 들고 말이다. 그 덕분에 총 들기를 거부하는 그들도 오늘의 종교 자유를 누리고 있다. 우리 모두가 총을 버리고, 그래서 이 땅이 공산화됐다면 어디에서 종교 자유를 요구할 것인가?

통상 군대는 전쟁하는 집단으로 생각한다. 그렇지 않다. 군대는 전쟁을 억지하고 그래서 무고한 생명의 희생을 막는 집단이다. 군인의 총은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도구다.

세계 40여 개국에서도 대체복무를 허용하고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그 나라와는 우리의 안보환경이 너무 다르다. 독일은 인구 7000만 명에 병력은 30만 명이다. 병역자원이 남아돈다. 더구나 군 복무기간의 절반은 각종 교육으로 때운다. 대체복무나 현역복무나 그게 그거라는 얘기다. 대만의 경우 특정 종교 신도가 4000여 명인 데 비해 대체복무자는 30여 명에 불과하다.

지구상에서 유일한 분단국, 가장 예측하기 어려운 북한 정권, 200만 대군이 중무장한 채 휴전선을 가운데 두고 대치하고 있는 곳, 북핵과 화생방무기 등 대량살상무기의 위협 아래 우리가 살고 있는 곳이 한반도다.

만약 대체복무제가 시행된다면 병역 기피를 꿈꾸고 있는 자들에게는 좋은 방편이 될 수도 있다. 우리 사회에는 아직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군에 안 가겠다는 사람이 적지 않다.

인위적으로 혈압을 높이고 심지어는 멀쩡한 무릎연골을 잘라내면서까지 병역 면제를 받으려는 조직적 비리가 적발됐다. 바로 얼마 전이다. 대체복무제가 시행되면 570여 명인 종교적 병역거부자들이 짧은 기간에 수천 명으로 늘 수도 있다.

최근 출산율이 떨어져 장기적으로는 병역자원의 부족을 걱정해야 할 상황이다. 주한미군의 감축 또는 철수로 인해 복무기간을 연장해야 할 상황에도 대비해야 한다. 일반 국민은 종교 양심을 빙자한 대체복무 주장을 비양심적이라고 보고 있다.

남은 최전방에서 온갖 위험을 극복하며 국방의무를 수행하는데, 자신은 위험이 없는 후방의 양로원에서 목욕수발이나 들겠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제 결론은 자명하다. 정부는 국민 갈등만 부추기는 허황된 대체복무제 논란에 마침표를 찍어야 한다.

대체복무제는 남북한이 통일돼 전쟁의 위험이 사라지고, 항구적인 평화가 정착된 뒤에 논의해도 늦지 않다.

김홍래 대한민국재향군인회 부회장 전 공군 참모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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