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오준]반 총장이 ‘한국의 국제기여 확대’ 요청한 뜻은

  • 입력 2008년 7월 10일 02시 59분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다녀갔다. 모국에 대한 최초의 공식 방문이었다. 정부는 당연히 자랑스러운 ‘한국의 아들’에게 파격적인 예우를 갖추고, 4박 5일의 일정을 알차게 만들고자 노력했다.

반 총장은 가는 곳마다 국제사회에서 높아진 한국의 위상을 전하며 감격해하면서도 하나의 메시지를 전하려 노력했다. 즉 우리나라도 이제 국력에 걸맞게 국제사회에 기여를 해야 한다는 점이다. 특히 우리의 공적 개발원조(ODA)와 같은 국제적 기여의 수준에 대해 한국인 사무총장으로서 “낯이 뜨겁다”는 표현을 여러 번 사용했다.

정부는 ODA를 늘리기 위해 노력해 왔다. 실제 지난 3년간 매년 20% 이상씩 증액해 연간 ODA 총액이 1조 원에 가까워지고 있다. 그러나 아직 유엔이 제시한 목표치인 국민총소득 대비 0.7%의 10분의 1 수준인 0.07% 정도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0개국 중 최하위다. 스웨덴은 이미 ODA가 총소득의 1%를 넘겨 국방비 지출보다 더 크다. 이것은 소득 대비 비율이므로 국부의 대소와는 관계없이 능력에 비해 어느 정도 기여하는지의 척도다. 우리는 경제력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은 기여를 하고 있는 셈이다.

반 총장은 ODA와 함께 평화유지군(PKO)에 대한 우리의 기여도 강조했다. 우리는 PKO 예산분담률이 유엔 회원국 중 10위이면서도, 병력 파견은 37위에 그치고 있다. ODA와 PKO는 우리의 땀과 피로 국제사회에 기여하는 것이다.

외국 외교관들과 이런 문제를 협의할 때 “우리 사회에도 굶주리고 소외된 이웃이 많은데 왜 머나먼 국가에 원조를 주어야 하느냐”는 국내의 의문에 답하기 어렵다고 실토한 적이 있다. 당시 원조 분야에 경험이 많은 한 유럽 인사는 “원조는 자선(charity)이 아니다”라고 한마디로 답변했다. 개발원조는 후진국이 안정되고 발전할 수 있게 함으로써 선진국에 닥쳐올 수 있는 부담과 위협을 미리 막는다는 실리적 행동이지, 남에게 좋은 일을 하고 만족감을 느끼는 성격의 자선이 아니라는 것이다. 흔히 계몽된 이기심(enlightened self-interest)이라고 부르는 개념이다.

우리 국민과 정부는 반 총장의 메시지를 유엔 사무총장으로서 방문국마다 전하는 직무의 일부로만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고 본다. 모처럼 찾은 조국에 직접 전하려는 애정과 충정이 담긴 조언이라고 본다. 이제 우리는 그 메시지를 경청할 때가 됐다.

오준 외교통상부 다자외교조약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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