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박 인사 복당이 당내 갈등을 치유하기 위한 고육책임을 모르는 바는 아니다. 그런데도 4·9총선 공천 때 부적격자로 분류했던 의원이나 ‘공천 헌금’ 혐의로 검찰에 의해 기소된 의원들까지 복당시킨 것은 원칙에 어긋난다. 총선에서 153석의 과반을 만들어준 국민의 뜻에 배치되는 일이기도 하다. 한나라당은 이에 대한 겸허한 반성 위에서 시작해야 한다. 몸을 낮춰 민심을 살피고 야당을 비롯한 반대세력까지도 포용하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정부를 도와 힘들더라도 해야 할 일은 반드시 해야 한다. 민생과 선진화를 위해 필요한 일인데도 돌 맞을까봐 무서워 피하기만 해서는 ‘웰빙 당’이라는 오명에서 벗어날 수 없다. 정부가 잘못했을 때는 야당보다 더 매섭게 책임을 물을 줄도 알아야 한다.
그동안 한나라당이 보여준 행태는 실망스러웠다. 18대 국회가 ‘촛불’에 발목이 잡혀 임기 개시 42일 만인 어제 겨우 개원해 전반기 국회의장을 선출하는 등 정상 가동에 들어갈 때까지 정치가 표류했지만 한나라당은 구경꾼이요, 방관자였을 뿐이다. 어제 이명박 대통령과 한나라당 새 지도부 간의 오찬 회동 또한 아무리 첫 상견례 자리라 하더라도 언제 국정위기를 겪었는가 싶을 정도로 덕담이나 오고가는 한가한 분위기였다.
그런 한나라당이 본격적인 국회 활동을 앞두고 정부를 혼내겠다고 벼르는 듯한 모습을 보이니 우습다. 치열함과 정권교체의 소명의식을 갖지 못한 여당이라면 덩치가 아무리 큰들 무슨 일을 할 수 있겠는가. 박희태 대표부터 과거 대변인 시절의 ‘논평가’ 체질에서 벗어나 새 대표로서의 면모를 보여주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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