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식지수 OECD 평균만 돼도…
이를 위해서는 물론 기업이 투자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우리 사회는 법과 질서 의식이 낙후되어 있어 기업 활동에 커다란 지장을 준다. 역설적으로 법질서 의식이 선진국 수준으로 향상되면 그만큼 기업 환경이 개선되고 성장률을 높일 수 있음을 의미한다. 실제로 사공 위원장이 인용한 KDI 연구 결과에 따르면, 우리의 법질서 의식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으로 향상되면 연간 성장률이 0.9%포인트 증가된다고 한다.
미국의 리스크 분석기관인 정치위기관리그룹의 조사 결과를 보면, 1990년대 한국의 법 질서지수 평균은 OECD 30개국 중 28위로 최하위권이다. 법질서 의식이 낮으면 투자자 입장에서 볼 때 불확실성을 증대시켜 투자위험이 커진다.
기업투자는 법령과 제도를 비롯한 모든 관련 사항을 사전에 면밀히 검토한 후 상당한 기대수익을 얻을 수 있다는 판단이 설 때 이뤄진다. 법과 질서가 제대로 지켜지지 않으면 사전 검토 의미가 없어진다. 투자자는 불확실성을 가장 기피한다.
문제는 법과 질서를 제대로 지켜도 법과 제도 자체가 자주 바뀌면 투자자의 불확실성을 증대시킨다는 점이다. 같은 법이라도 사회적 정서변화에 따라 집행이 달라지면 기업의 경영활동은 더욱 혼란스러워진다. 삼성 특검과 론스타 관련 사건이 좋은 예이다. 우리와 같이 법질서 의식이 낮고 법과 제도 자체뿐만 아니라 집행까지도 사회 정서변화에 따라 수시로 바뀌는 국가는 투자 매력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기 위해서는 확고한 시장주의철학에 입각한 법과 제도를 마련하고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지속돼야 한다. 법과 제도가 현실과 동떨어져 너무 엄격하고 행정편의 위주로 흐르면 불법을 양산하고 준법의지를 약화시킨다.
집시법과 노동관계법이 대표적이다. 노동자들이 불법 시위와 파행을 자행해도 공권력은 수수방관한다. 기업은 적자누적으로 폐업을 하려 해도 엄격한 퇴직 관련 규정으로 인해 불가능할 때가 많다. 이런 법은 너무 엄격해 범죄자를 양산하고 경제 효율을 떨어뜨린다.
선진국일수록 법과 제도가 합리적이고 지속성이 높으므로 준법정신도 높게 나타난다. 우리 사회의 준법의식을 제고하려면 부단한 규제개혁을 통해 지속가능하고 현실성 있는 제도를 함께 마련해야 한다.
규제개혁 통해 현실성 높여야
그러나 모든 것을 법으로 해결할 수는 없다. 당사자 간에 법적 계약사항 이외에 대해서도 상대방을 신뢰할 수 있어야 거래가 순조롭게 이루어져 비용이 절감되고 효율성이 높아진다. 신뢰를 시장경제에 꼭 필요한 무형의 사회적 자본이라고 부르는 이유다.
또 아무리 법, 질서 의식이 향상되고 신뢰가 구축되는 사회가 된다고 하더라도 이것만으로는 성장률을 높이고 선진국을 따라잡을 수 없다. 투자와 일자리 창출, 경제성장은 궁극적으로 사람에 의해 가능하다.
국민 개개인의 경쟁력을 강화해야 경제 효율이 증대되고 국가 경쟁력이 커진다. 스웨덴 핀란드 스위스와 같은 국가가 작은 경제 규모에도 불구하고 선진국 지위를 유지하는 이유는 국민 개개인의 경쟁력이 높아서다. 교육의 국제화와 창의성 있는 교육개혁이 시급한 시점이다.
홍기택 중앙대 정경대학장·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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