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일자리 위기가 가장 큰 위기다

  • 입력 2008년 7월 17일 22시 58분


요즘 고용지표 보기가 두렵다. 올 상반기 평균 취업준비생은 61만5500명으로 4년 전보다 약 30만 명, 작년보다 7만 명 늘었다. 일할 능력은 있지만 특별한 이유 없이 그냥 놀 수밖에 없는 사람이 135만4000명이다. 이 둘을 합한 반(半)실업자에 공식 실업자 78만4000명을 보태면 ‘사실상의 백수’는 275만3500명에 이른다.

새 일자리는 턱없이 적다. 6월 취업자 수는 작년 6월에 비해 겨우 14만7000명이 늘어 40개월 만에 가장 작게 증가했다. 새 일자리 수는 작년 8월 30만 개 아래로 떨어졌고 올해 3월부터는 20만 개도 못 넘겼다. 정부가 하향조정한 올해 전망치 20만 개 달성도 힘겹다.

6월 일자리 창출 부진의 한 이유는 화물연대 파업이다. 서슴없이 물류를 마비시킨 화물연대와 5년 전 화물연대와의 합의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은 정부 탓에 경제전반이 타격을 입었고 관련 일자리도 적지 않게 날아가 버렸다. 운송·하역 관련 일용직이 1만∼2만 개 줄어 파업 피해는 서민부터 본다는 사실이 다시 확인됐다.

경기가 괜찮았을 때도 일부 서비스업만 일자리를 만들어냈고 제조업 건설업은 부진했다. 고용 유연성이 없는 데다 이젠 경기마저 좋지 않으니 기업들은 채용을 꺼리기 마련이다. ‘노동 기득권층’은 정년연장 및 정규직 중심의 처우개선에만 매달리고 있다. 그러니 청년실업자 34만6000명에게 나눠줄 새 일자리가 생기기는 더 어렵다. 2006년 한 여론조사에서 노동운동이 일부 노동자의 기득권 보호에만 치중해 문제라는 응답이 71%나 됐다. 최근 1년간 비정규직 파동도 있었으니 노조 이기주의에 대한 부정적 인식은 더 확산됐을 것이다.

한때 ‘유럽병’의 상징인 고실업에 허덕였던 유럽연합(EU)의 올 5월 실업률은 7.2%로 25년래 최저수준이다. 다수에게 일할 의욕을 갖게 한 복지제도 개혁과 함께 노조의 건설적 변화가 낳은 결과로 풀이되고 있다. EU 노조는 소수 노조원의 기득권 보호를 위한 임금인상 및 처우개선은 양보하는 대신 기업들이 일자리를 많이 유지하도록 협약을 맺었다. 한국의 노동 기득권층도 이런 것을 배워야 일자리 문제 완화에 보탬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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