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어설프고 조급한 쇠고기 협상이 빌미를 제공한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PD수첩은 협상의 문제점을 부각시키기보다는 사실 왜곡으로 광우병 공포를 불러일으켜 민심을 흔들었다. 정체를 알 수 없는 ‘광우병 괴담’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고, 일부 인터넷 매체와 좌파 군소신문, 명색이 공영방송들이 한 덩어리가 되다시피 해 미국 쇠고기의 위험성을 확대재생산했다.
이에 편승하거나 이를 부추긴 좌파 정치사회세력은 ‘쇠고기 재협상’ 구호 뒤에서 실제로는 이명박 정권 퇴진운동에 나섰다. 국민의 먹을거리 불안심리와 정부의 다른 실책을 정치적으로 교묘히 악용한 대선 불복운동이었다. 그 위세에 공권력은 주눅 들었고, 서울 도심의 밤은 두 달 이상 무법천지가 됐다. 2008년 대한민국의 어처구니없는 초상(肖像)이었다.
일부 좌파 지식인들은 이를 ‘국민주권의 회복’ ‘새로운 민주주의 실험’ ‘길거리 민주주의’ ‘광장 민주주의’라며 미화했다. 그러나 3억 명의 미국인뿐 아니라 90여 개국 사람들이 수입해 먹는 쇠고기를 ‘광우병 쇠고기’로 각인시키고, 국민이 선출한 합법정부를 무너뜨리기 위해 불법폭력을 동원한 것은 민주주의에 대한 부정이자 오만한 도전이었다. 그것은 집단적 이성마비에 가까웠다.
아직도 우리 사회가 이 정도의 수준에 머물고 있다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이명박 대통령을 비롯한 정부와 정치권 책임이 물론 크다. 정부는 ‘광우병 괴담’이라는 집단 미신을 제때 적극적으로 깨뜨리는 데 너무나 무능력, 무기력, 무책임했다. 불법 폭력시위 앞에서는 비겁하기까지 했다. 민주주의와 법치를 스스로 걷어찬 셈이다.
제1야당인 민주당은 촛불과 야합해 이명박 정권 흔들기에만 급급했고, 결국 대의(代議)정치도, 대외관계에서의 국익도, 상식으로서의 진실도 모두 내팽개쳤다. 정치가 이 모양이어서 온 나라가 광우병의 허구에 홀려 아노미 상태에 더 쉽게 빠진 것이다.
MBC는 지난 두 달 반 대한민국에 휘몰아친 거짓과 정치선동의 광풍에 결정적 단초를 제공한 데 대해 응분의 책임을 반드시 져야 함은 말할 것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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