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는 서울대 경영전문대학원(MBA스쿨)과 함께 세계 최고의 경영 석학들의 릴레이 인터뷰 및 대담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번에는 조직 혁신과 인적자원(HR) 분야의 권위자인 요하네스 페닝스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 교수를 만났습니다. 서울대는 글로벌 MBA 과정을 육성하기 위해 세계적 석학 21명을 초청했습니다. 편집자주》
아무리 뛰어난 육상선수를 보유해도 바통 이어받기에 실패하면 계주에서 이길 수 없다. 기업도 안정적 경영 승계 체제를 마련하지 못하면 끊임없이 닥치는 위기를 극복하기 어렵다.
인사관리 분야의 최고 석학으로 손꼽히는 페닝스 교수는 “한국 기업들도 글로벌 기업과 마찬가지로 최고경영자(CEO) 승계 프로그램을 도입해야 한다”며 “이는 기업의 미래 위험을 줄이는 수단이자 건설적인 조직 변화의 촉매제”라고 강조했다.
―인적자원이 현대 기업에 왜 중요합니까.
“요즘에는 장부가치와 시장가치(market value)의 차이가 큰 회사가 많아서 단순히 재무제표로 나타나는 장부가치만으로는 제대로 판단할 수 없습니다. 장부가치로만 보면 구글은 별 볼일 없는 회사죠. 하지만 많은 사람은 구글을 가장 높은 가치를 지닌 회사라고 평가합니다. 이 차이를 가져오는 무형자산이 바로 인적자본입니다.”
―구글 외에 모범적인 인사관리 정책을 편 회사가 있다면 사례를 들어주시죠.
“골드만삭스, 도요타 등이 있습니다. 이 회사들은 채용 기준이 명확하고 채용 후에도 직원들의 교육, 훈련, 평가에 엄청난 시간과 자본을 투입한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도요타가 직원 한 명을 훈련하는 비용은 웬만한 대학의 1년 등록금보다 많습니다.
또 골드만삭스는 인사의 공정성과 객관성을 확보하기 위해 평가 주체를 다양화하는 다면평가를 엄격하게 실시하는 회사로 유명합니다. 직원이 e메일 답장을 얼마나 빨리, 성실하게 보내는지, 전화를 못 받았으면 다시 전화를 하는지 등 아주 사소한 것부터 시작해 조직 내 협력에 얼마나 기여하는지 등을 상세하게 측정합니다.”
―아직 많은 한국 기업이 무형자산 투자와 외부 인재 영입에 대한 반발도 심한 편인데요.
“외부 인재는 회사 내부 직원들이 발견하지 못하는 문제점을 볼 수 있기 때문에 변화를 추구하는 기업이라면 적극적으로 영입을 고려해야 합니다. 하지만 한국 기업들에는 외부 영입보다 ‘직책 승계 프로그램(succession program)’ 수립에 힘쓰라고 말해주고 싶습니다.
제너럴일렉트릭(GE)에는 ‘트럭 리스트(truck list)’라는 제도가 있습니다. 말 그대로 회사의 고위 임원이 트럭에 치였을 때 그를 대신할 다음 사람은 누구이며, 다음 사람이 트럭에 치이면 또 누가 대신할 수 있는지를 나열해 놓은 것이죠. 일반적으로 GE의 관리자는 다섯 명의 후보자를 두고 있습니다.”
―많은 한국 기업은 승계 프로그램을 도입할 경우 내부 권력다툼이 심화될 것을 우려하고 있는데요.
“승계 프로그램의 핵심은 ‘누가 CEO 후보인가’가 아니라 ‘그를 어떻게 길러낼 것인가’입니다. 경영진에게는 훌륭한 후보자를 다른 기업에 뺏기지 않고 잘 육성해야 할 책임이 있습니다. 후계자를 제대로 지목할 수 있을 만큼 사내 인사파일이 필요한 정보를 담고 있는지, 사내 인적자원은 충분한지, 승계 시스템이 올바르게 작동하는지 등을 계속 점검해야 합니다.”
―나이든 직원보다 젊은 직원을 우선 고용하려는 관행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글로벌 기업들도 45세 이상의 인재를 부담스러워하는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P&G는 은퇴한 65세 이상 직원을 컨설턴트로 고용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특히 한국처럼 고령화가 빨리 진행되고 있는 나라에서는 이 문제에 관심을 기울여야 합니다.”
하정민 기자 dew@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