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상반기에 문을 닫은 건설업체는 180개사로 하루에 1개사꼴이다. 이대로 가다가는 비교적 탄탄했던 중견 업체들까지 연쇄 부도를 낼 우려가 높다. 25만 채로 추정되는 미분양 아파트가 팔릴 기미를 보이지 않는 데다 신규 분양마저 위축돼 돈줄이 바짝 말랐기 때문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철근을 비롯한 자재 가격은 급등했다. 건설사들의 자금사정이 나빠지자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기법으로 돈을 빌려준 저축은행들의 연체율은 작년 말 11.6%에서 5월 말 16%로 치솟았다. 건설경기 침체의 장기화로 금융권의 부실규모가 덩달아 커지는 구조다.
건설회사의 자금난이 심화된 데는 주택경기 호황만 믿고 무리하게 아파트를 지으면서 분양가를 높게 책정한 업계의 책임도 있다. 더욱이 집값 안정과 주택경기 부양이라는 상반된 목표를 동시에 충족시키는 것은 매우 어려운 과제다. 그러나 정부는 건설업이 전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중시해 부작용을 최소화하면서 정책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구체적인 정책조합을 제시해야 한다. 국민의 세(稅) 부담을 줄이고 시장의 숨통을 틔워주는 차원에서 주택 관련 세금 경감을 포함해 정합성 있는 각론 대책을 정교하게 마련해야 한다.
그런데도 정부 관계자들은 충분한 조율을 거치지 않고 각종 대책의 가능성만 언급해 오히려 시장의 혼선을 초래하는 경향이 있다. 정부 경제팀은 치밀한 부동산 종합대책으로 정책 능력을 입증해 경기 관리 및 환율 정책의 시행착오로 잃은 시장의 신뢰를 되찾기 바란다. 더 실패할 여유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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