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박연수]기후변화와 ‘냄비 속 개구리’

  • 입력 2008년 7월 22일 03시 01분


유엔 정부 간 기후변화위원회(IPCC)는 최근 제4차 보고서를 통해 21세기 말 지구의 평균기온이 최대 6.3도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평균기온이 3도 상승하면 아시아에서만 연간 700만 명 이상이 가뭄 및 홍수 피해에 직면할 것으로 예측된다.

지난 100년간 한반도의 기온은 1.5도 올라가 지구 평균 상승 기온(0.74도)의 2배에 이른다.

강우량 변화, 해수면 상승, 가뭄 발생 등 풍수해적인 요소뿐만 아니라 꽃의 개화 시기가 빨라지고 한강의 결빙일수가 달라지는 등 기후변화는 여러 분야에서 우리 생활에 밀접한 영향을 미친다. 국가적으로는 2002년 태풍 루사, 2003년 태풍 매미로 많은 인명피해가 발생하고 수십조 원의 복구비를 부담해야 했다.

가뭄 강풍 황사 폭설까지 고려한다면 기후변화에 따른 피해는 실로 엄청나다고 할 수 있다.

미국 일본 등 선진국은 기후변화의 심각성에 따라 오래전부터 대책을 추진해 왔다. 방재 선진국이라 할 수 있는 일본에서는 지난해 8월 국토교통성 장관 자문위원회를 만들고 방재분야 기후변화 대응 연구를 진행하기 시작했다.

한국도 국무총리실 산하에 기후변화 대책기획단을 두고 기후변화 대응 종합기본계획을 수립하고 있다.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부처 간 협력을 강화하고 온실가스 감축 방안을 강구하는 등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재난재해로부터 국민의 안전을 책임지는 소방방재청은 빈발하고 대규모화하는 홍수 가뭄 등 풍수해에 적극 대응하기 위해 지난달 ‘기후변화대응과’를 신설했다. 기후변화에 따른 재해 양상을 예측해 방재시설물 기준을 재정립하고 해수면 상승에 따른 침수 대책 등 범정부적인 중장기 마스터플랜을 올해 수립할 계획이다. 특히 시설물 설치 위주의 방재정책은 재난과 더불어 사는 자연친화적 방재환경 시스템을 구축하는 방향으로 바꿀 방침이다. 여기에 민간단체의 자율적 참여를 유도하도록 제도나 법을 정비할 예정이다.

우리에게는 아름답고 살기 좋은 건강한 국토를 후손에게 물려줘야 할 책임이 있다. 기후변화가 거역할 수 없는 운명일지라도 앉아서 방관할 수만은 없다. 민관이 함께 적극적인 대책을 세워 극복하려는 노력을 다해야 한다.

롤랜드 에머리히 감독이 제작해 자연의 소중함을 일깨워 줬던 재난영화 ‘투모로’나 전 미국 부통령 앨 고어가 지구온난화 문제를 고발한 다큐멘터리 ‘불편한 진실’이 사실이 아니고 교훈으로 남게 해야 할 책무가 우리에게 있다.

박연수 소방방재청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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