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유덕영]기상청 예보 A학점 언제 받을까

  • 입력 2008년 7월 22일 03시 01분


기상청의 일기예보에 성적을 매기면 어떤 점수가 나올까.

21일 기상청이 한나라당 김태원 의원에게 제출한 ‘2007년 기상행정혁신 고객만족도 조사결과’에는 국민이 체감하고 있는 기상청의 예보 서비스에 대한 만족도가 고스란히 드러났다.

2007년 성적은 상반기와 하반기 각각 66.4점과 66점을 맞아 평균 66.2점에 불과했다. 결과는 ‘D학점’. 2006년에 71.1점을 받았지만 1년 사이 오히려 성적이 더 나빠졌다.

이 조사는 기상청이 지난해 7월과 11월 두 차례에 걸쳐 기상대 예보 관할지역의 주민, 민원인, 유관기관 이용자 등 9354명을 대상으로 한 전화 설문 방식을 토대로 한 것이다.

최근 4주 연속 주말 날씨 예보가 줄줄이 빗나가자 기상청에 쏟아지는 시민들의 불만이 더 높아지고 있다.

거센 비난여론에 대해 기상청은 “자연 현상을 예측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해명했다.

기상청의 한 관계자는 “관측된 기상 관련 자료를 수치예보모델에 입력해 앞으로의 날씨를 예측하는데 관측된 자료도 불완전하고 수치예보모델도 한계가 있어 정확한 예측이라는 것은 애초에 불가능하다”고 하소연했다.

시민들의 거센 항의에 얼마나 시달렸는지 그는 “세계 어느 나라도 100% 정확한 날씨 예보는 없다”며 “날씨를 정확히 예측한다는 것은 ‘인간의 오만’”이라고 푸념했다.

기상청 측의 말도 일리는 있다. 하지만 ‘믿을 만한’ 예보를 국민에게 제공하는 것이 기상청의 존재 이유다.

지난 주말에는 불과 3시간 앞의 날씨를 내다보지 못했다. 기상청이 4주 연속 주말 날씨 오보를 내는 바람에 그러잖아도 경제난에 마음이 심란한 시민들을 더욱 피곤하게 했다. 그만큼 기상청에 대한 신뢰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

잃어버린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기상에 관한 한 국내 최고의 전문가 집단인 기상청이 스스로 개선 방안을 내놓을 필요가 있다.

현재 사용하고 있는 슈퍼컴퓨터 2호기와 수치예보모델이 낡았다면 선진 모델 도입을 앞당길 필요가 있다.

수백억 원의 장비 교체 비용이 든다고 해도 수천만 명이 잘못된 예보로 겪는 불편과 비교하면 큰 비용은 아니다.

2007년 ‘D학점’을 맞았던 기상청이 ‘A학점’으로 신뢰를 되찾는 날이 빨리 오길 바란다.

유덕영 사회부 fire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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