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방만 경영으로 재정부담이 늘어나 국민의 혈세로 메우고 있다. 정부 지원금을 매년 20조 원이나 받아가는 공기업들의 ‘눈먼 돈 빼먹기’식 잔치판을 구경만 하는 것은 국민을 대신해 감독을 맡은 정부의 직무유기다.
대선 때 이명박 후보는 이런 공기업들을 과감하게 수술하겠다고 공약했고, 국민은 이를 믿고 표를 줬다. 그런데도 정권 출범 5개월도 안돼 공기업 개혁프로그램 확정은 미뤄졌고 민영화 대상은 확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게다가 의미가 애매해진 공기업 선진화의 주체를 청와대와 기획재정부에서 각 부처로 바꿔버렸다. 부처는 산하기관을 감싸주고 산하기관은 부처 공무원들에게 퇴직 후 자리를 마련해 주는 공생(共生)관계가 뿌리 깊은데, 진짜 개혁을 기대할 수 있겠는가.
그렇지 않아도 여당인 한나라당은 ‘민심’을 핑계로 정부가 추진하려던 개혁의 발목을 잡고, 정부 부처는 속으로 쾌재를 부르는 형국이다. 공기업 썩는 냄새가 진동하는데도 코를 막고 그냥 견디라는 심산이다. 그러나 악취의 근원을 도려내지 않으면 공기업은 물론 정부까지도 살아나기 어렵다. 이 정부는 벌써 노무현 정부의 나눠주기식 균형발전정책은 승계하고, 당장 해제할 것처럼 떠들던 수도권 규제는 그냥 놔두는 ‘현상유지 정부’ ‘U턴 정부’로 전락했다. 개혁보다는 정권의 보신(保身)에만 급급한 듯하다. 이는 531만 표차의 대선 민심과 거리가 멀고, 정권 교체의 의미를 퇴색시키는 것이다.
공기업 개혁의 혜택은 국민에게 돌아간다. 정부 여당은 개혁 대상인 반(反)정부, 반시장 세력의 고함소리보다 말없는 다수 국민의 뜻을 헤아려야 한다. 공기업 개혁은 경제 살리기의 시작이기도 하다. 이를 포기하면 우리 경제의 장래를 기약하기가 더 어려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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