삐딱하게 보면 뿌리가 그렇게 깊지 않으면서 시장변화가 심하다고 해석할 수 있다. 경쟁이 그만큼 심한 장르라고 하겠다. 마음이 조급할 것이라 짐작할 수 있다. 급할수록 돌아가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다. 하나로텔레콤은 고객 정보를 허락 없이 내다팔았고 포털 다음은 어처구니없는 관리로 e메일의 내용까지 유출하고 말았다.
포털-통신, ‘디지털윤리’ 갖춰야
디지털 시대 개인정보의 값어치는 아날로그 때에 비하면 사뭇 다르다. 미디어의 비즈니스 패러다임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거대 미디어기업이 거대 광고주를 대상으로 하는 이른바 ‘방송모델’의 패러다임에서 개인의 값어치는 하잘것없었다. 거대 광고주에게 불특정 다수의 집단으로 간접 판매되는 한낱 구성품일 뿐이었다.
디지털 미디어는 이런 개인을 살려 놓고 있다. 롱테일의 패러다임은 흔적도 없던 80%의 미미한 개인에게 숨을 불어넣는다. 자신의 일에 스스로 결정권을 행사하도록 만든다. 거대 기업과 거대 광고주가 거들떠보지 않았던 틈새를 찾아내고, 말도 안 되는 것 같던 이야기를 말이 되도록 만든다.
그렇게 개인들은 자기를 찾아내고 주장을 만들어 가고 있다. 정확한 타깃을 찾아 헤매는 기업에 이처럼 자신의 정체성을 분명하게 드러내 주는 정보는 무한한 상업적 가치를 지닌다. 디지털 테크놀로지에 의한 개인의 발견은 유무형의 새로운 값어치를 창출하고 있는 것이다.
개인정보는 그 가치창출의 토대이고 골간이다. 현실은 엄혹하게도 개인의 자기발견에 대가를 치르도록 요구한다. 개인정보를 제공하라고 요구한다. 간단한 신상명세에서 개인에세이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형태의 정보를 기대한다. 포털의 성장은 이런 거래를 바탕으로 이뤄졌다.
거래의 메커니즘은 교묘한 방식으로 구축된다. 개인의 정체성을 드러낼 수밖에 없는 카페, e메일, 블로그 같은 미끼로 옭아맨다. 자물쇠로 잠가버리듯이 일단 들어서면 빠져나가기가 쉽지 않다. 검색도 마찬가지다. 사적으로 감추어 두었던 정보를 카페나 블로그에 어떻게든 공개시켜 검색 장수에게 내다 팔려고 한다.
이것이 유통의 장을 마련할 뿐이라고 강변하는 포털의 수익모델이다. 거칠게 말하면 개인정보, 나아가 사적(私的) 콘텐츠를 중앙 집중적으로 관리하고 통제하는 시스템을 갖추고 이를 독점적으로 대여 판매하는 행위가 사업의 본질이다. 아날로그에 이어 디지털에서도 개인은 또 다른 의미의 도구로 취급되는 셈이다.
개인정보 보호가 모두에 이익
냉정하게 보면 개인정보는 포털의 독특한 작동메커니즘이 이뤄낸 성취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주류 미디어의 매출을 뛰어넘는 수준으로 성장한 지금, 포털은 인식의 전환을 해야 한다. 개인의 값어치를 다시 매길 줄 아는 성숙함을 보여야 한다. 거대한 사회체제 사이에서 질식할 것 같았던 개인이 자신을 되찾아 가는 르네상스적 의미를 떠올릴 수 있어야 한다. 개인의 사적 공간을 지켜낼 수 있어야 이 의미가 살아난다. 이것이 바로 인터넷시대의 기반이라는 점을 알아차리라는 말이다.
결국 디지털시대의 윤리를 말하고자 한다. 개인정보를 무단 판매한 하나로텔레콤의 행태는 수익메커니즘이라고 하기도 힘든, 단순무식하기 짝이 없는 몰염치한 행각일 뿐이다. 복잡한 논의를 들이밀 필요도 없다. 개인에 대한 정보보호의 책임은 디지털시대를 사는 모두에게 이익을 가져다준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김사승 숭실대 교수·언론홍보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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