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이공주복]초등학교에 과학-수학 전문교사를

  • 입력 2008년 7월 26일 03시 01분


“하늘에는 태양이 수없이 많다고 하던데 왜 밤은 캄캄해?” “지구는 공중에 떠 있는 거라는데, 왜 지구처럼 둥근 수박은 공중에 안 떠?” “설탕은 물에 녹는데 왜 흙은 물에 녹지 않아?” “눈이 녹으면 왜 하얀 물이 되지 않아?” “바람은 정말 그물에 걸리지 않아?”

모두가 만 3세에서 6세인 어린이들의 질문이다. 초등학교 고학년만 되어도 이런 질문은 거의 나오지 않는다. 너무 쉬운 질문이라서 하지 않는 것이 아님은 누구나 쉽게 예측할 수 있다.

이처럼 창의적인 인재를 누가 가르칠 것인가? 이들이 사교육(?)을 잘 받아 스스로 인재로 성장할 때까지 기다렸다가 연구비를 많이 줘서 세계적 과학자가 되도록 뒷받침해야 할까?

국내 초등학교에는 과학교사와 수학교사가 따로 없다. 담임교사가 과학과 수학을 포함한 모든 교과를 담당한다. 교사들이 돌아가며 맡거나 컴퓨터 담당교사가 겸임하는 ‘과학실 담당’ 교사가 있으나, 과학 담당 전문교사와는 역할이 사뭇 다르다.

미국 같은 선진국을 보면 초등학교의 과학교사나 수학교사는 석·박사 학위를 가진 경우가 많다. 영재반(gifted class)은 수학 박사나 기초과학 박사가 맡는다. 이들은 오랫동안 학생을 관찰하고 영재인지를 조심스럽게 판단한다.

우리는 중학교에서도 공통과학이라는 이름 아래 교사가 대학 전공과 관계없이 자연과학의 모든 분야를 가르쳐야 한다. 서울시교육청이 ‘영어선도학교’를 운영하겠다고 한다. 세계화를 지향하는 현실에서 영어의 중요성을 부정하지 않지만 왜 ‘과학선도초등학교’ 운영계획은 나올 수 없는가 질문해본다.

새 정부의 국정과제에는 ‘세계적 과학인재 양성·유치’가 포함된다. 또 한국과학문화재단이 한국과학창의재단으로 탈바꿈하는 배경에는 ‘창의적 인재 육성’이라는 중요한 키워드가 들어있다. 연구개발 예산도 매년 10% 이상씩 늘려 2012년에는 16조5000억 원을 투입할 계획이라고 한다.

우수 인력, 특히 우수 과학기술인력이 국가의 경쟁력을 좌우한다는 점은 이미 식상할 정도로 많이 들었다. 지난 정부든, 현 정부든 모두 우수한 과학기술인력을 양성하고, 이들을 최대한 활용해서 국가경쟁력을 높여야 한다는 데는 이견이 없을 것이다. 그러나 우수 과학인재, 핵심 과학인재, 창의적 과학인재를 양성하겠다는 정부의 정책에 매우 중요하고 기본적인 요소가 빠져 있음을 매번 느낀다.

창의성은 다양성과 함께 다닌다. 상위 25%에 속하는 중국의 학생 수는 미국 전체 학생 수보다 많다. 한국과 같이 작은 나라는 전국에서 단 한 명의 인재후보도 놓치지 않고 잘 교육해 세계적 인재로 양성해야 한다.

진정으로 세계적 과학인재를 육성하고자 한다면 모든 초등학교에(유치원까지 포함하면 더욱 바람직하겠지만) 전문 과학교사와 수학교사를 의무적으로 임용해야 한다. 어린이의 무궁무진한 호기심을 해결하지 못하는 공교육 현장을 방치한 채 어떻게 세계적 과학인재를 양성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전문 과학 및 수학 교육은 과학인재 육성에만 필요하지 않고 다양성과 창의성을 지닌 인문사회 인재 육성에도 일조할 것이다.

이공주복 전국여성과학기술인 지원센터장·이화여대 물리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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