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성산소에 의해 세포가 받는 스트레스를 일컬어 산화스트레스라 한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활성산소를 제거하거나 생성을 예방하는 물질이 항산화물질(抗酸化物質)이다. 천연 항산화물질에는 다양한 종류의 분자량이 큰 항산화효소(단백질)와 분자량이 적은 항산화물질이 있다.
정상적인 대사과정에서 일부 생성되는 활성산소는 자신이 가진 항산화물질로 제거될 수 있다. 과산화수소와 오존 등 소량의 활성산소는 질병에 대해 저항성을 갖게 하는 좋은 점도 있다.
그러나 과다한 스트레스로 인해 폭발적으로 생성되는 활성산소를 제때 제거하지 못하면 정상 세포에 치명적인 피해를 주며 심할 경우는 세포사멸(죽음)을 초래한다. 암을 포함한 인체 질병의 대부분은 과다한 스트레스에서 발생하는 활성산소가 원인이다. 이렇듯 고마운 산소가 때로는 매우 해로울 수 있다.
식물도 사람이나 동물처럼 생로병사를 거친다. 식물은 뿌리를 내리며 이동할 수 없다는 점에서 생존을 위해 다양한 종류의 항산화물질을 고농도로 생산하면서 적극적으로 진화해 왔다.
비타민C는 우리 몸에서는 만들지 못하지만 모든 식물이 고농도로 생성하는 가장 대표적인 천연 항산화물질이다. 잘 알려진 항산화물질로는 비타민E(토코페롤), 안토시아닌, 베타카로틴, 폴리페놀이 있다.
종류는 다르지만 저분자 항산화물질을 많이 포함한 토마토, 적포도주, 마늘, 녹차, 당근, 호박은 노화와 질병을 예방하는 건강식품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 미국공익과학센터(CSPI)가 건강에 좋은 10가지 슈퍼음식을 발표했다.
이들 식품은 종류는 다르지만 천연 항산화물질을 많이 함유하고 있다는 특징이 있다. 시판되는 대부분의 건강식품에는 식물에서 추출한 항산화물질이 포함된다. 제철에 나는 신선한 채소와 과일을 골고루 먹으면 건강에 도움이 되는 이유다.
최근 연구에서 비타민C를 적게 만드는 식물이 보통 식물에 비해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다고 밝혀졌다. 이 점을 이용하면 식물세포에 항산화물질을 많이 만들어 나쁜 환경에서도 잘 자라는 식물을 개발할 수 있다.
국내 연구팀은 사막화 지역, 오염 지역, 간척 지역, 추운 지역 등 열악한 환경에서 잘 자라는 산업용 식물을 개발하기 위해 첨단 생명공학기술로 항산화물질을 많이 생성하는 식물을 연구하는 중이다. 항산화물질을 많이 생성하는 식물은 재해에도 강할 뿐 아니라 부가가치가 높은 건강식품, 가축사료로 이용할 수 있다.
최근 기후변화로 지구촌 곳곳에서 재해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이상기후는 많은 불편함과 위험을 초래하지만 농작물과 같은 식물에게도 치명적인 피해를 끼친다. 식물의 피해는 식물에 그치지 않고 인간과 자연 전체에 파급된다.
식물은 광합성으로 우리에게 소중한 산소, 식량, 의약품, 산업소재를 효율적으로 생산하는, 지구상에 가장 고마운 공장(plant)이다. 환경 변화에 대한 식물의 지혜로운 생로병사 대응전략을 잘 이해해 항산화물질을 많이 만드는 식물을 개발하면 인류가 당면한 환경, 식량, 에너지 및 보건문제를 대부분 해결할 수 있으리라 기대된다.
곽상수 한국생명공학연구원 환경생명공학연구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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