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1 ‘가족오락관’ 명콤비 MC 허참-오경석 작가
오경석(이하 오)=(웃으며)허참하고 나는 잘 안 맞아. 먹는 것도 그렇고. 연예인 하고 작가는 살아가는 방향이 다르지.
허참(이하 허)=얘가 시비를 걸어요. 어디 작가가 MC한테!
오=어디 MC가 작가한테! 드라마 같았으면 넌 잘렸어.
허=드라마는 안 하지.
티격태격하는 모습이 20년 지기 그대로다. 두 사람에게 같은 질문을 냈다.
○ 가장 애착 가는 코너는 ‘고요 속의 외침’
―지금까지 방송된 ‘가족오락관’ 코너 중 가장 애착이 가는 것은?
허=스피드 게임!
오=고요 속의 외침!
허=프로그램 초기부터 지금까지 후반의 추가되는 고정 코너지. ‘가족오락관’ 게임이 여러 오락 프로그램의 근간이 됐어. SBS ‘일요일이 좋다’의 ‘당연하지’도 ‘가족오락관’의 ‘예, 아니오’를 바탕으로 나왔고.
오=‘스피드 게임’은 일본에서도 있었지만 ‘고요 속의 외침’은 내가 먼저 만들어서 애착이 가. 퀴즈를 맞히고 노래를 부르는 노래방 형식도 ‘가족오락관’이 처음 도입한 거야. 그걸 바탕으로 ‘도전 1000곡’이 태어났지.
○“초창기엔 조용필 - 강수연도 나왔지”
―제일 기억에 남는 출연자는?
허=안옥희! 오=서수남!
오=서수남 씨는 초창기부터 지금까지 쉬지 않고 출연했지. 횟수로 서수남 씨가 1등일걸? (월드스타) ‘비’도 신인 때 출연했고 조용필, 강수연 씨…. 안 나온 사람이 없지.
허=작고한 탤런트 안옥희 씨는 재미있는 에피소드의 주인공이지. 10여 년 전인데, ‘이구동성’ 코너에서 남성 팀이 ‘왁자지껄’을 한 번에 외쳤거든. 이를 받아서 한 글자씩 맞혀야 하는 여성 팀이 중간 두 글자를 제대로 했는데, 안 씨가 첫 글자를 두고 “‘왕’인 것 같은데, 어떻게 해…”라고 말한 거야. 다 배꼽을 잡았지. 녹화를 해놓고 이 재밌는 것을 어떻게 안 내냐 해서 그냥 방송했거든. 담당 PD가 사유서를 썼던가. 시청자들도 엄청나게 웃었고, 대단한 사건이었지.
○ “욕심 같아선 1500회까지 하고 싶어”
―“몇 대 몇?” 하고 소리치는 것은 누구 생각이었어요?
허=내 아이디어지. 참 정이 듬뿍 든 사랑스러운 말이지. 예전 그 시절에는 MC들이 보통 “누가 이겼을까 볼까요, 점수 주세요∼”라고 했다고.
오=요즘은 여성 방송작가가 대부분이지만 그때는 남자가 많았지. 나는 원래 패션 디자인을 하려고 했는데 30여 년 전에 ‘명랑운동회’ 작가였던 친구가 도와달래서 나섰어. 이 나이까지 방송작가를 할 줄은 몰랐지. 지금도 ‘CSI’ 보다가도 이것을 어떻게 게임으로 만들 수 없을까 생각해. ‘미녀들의 수다’ 만들기 전에도 혼자 5년 정도는 고민했을 거야. ‘가족오락관’ 제작비가 다른 프로그램의 5분의 1 정도지만 지금도 시청률이 6∼7%는 나온다고. 예전에 동시간대 MBC ‘강호동의 천생연분’이 인기 많을 때 실험을 해봤어. 여성 팀에 ‘핑클’을 출연시켰더니 ‘가족오락관’ 시청률이 한 24%, ‘천생연분’이 22% 정도 나왔던가? 젊은 사람들 시선을 잡으려면 채널 네 개가 다 똑같아져. 그래도 하나 정도는 나이 먹은 사람들을 위한 프로그램이 있어야 하지 않겠어?
허=방송 첫날이 첫 달이 되고, 첫해가 20년이 됐지. 언젠가는 끝이 있겠지만, 그것 생각할 겨를이 없어.
오=내 욕심 같으면 1500회까지는 해보고 싶다고. 좋은 아이디어를 내서 ‘가족오락관’의 영광을 재현해보고 싶고. 지금도 예능 부문의 최고령 작가지만 일흔이 넘어서도 계속하고 싶어. 힘든 세상이잖아. 복잡한 것 말고 시청자들이 한눈에 봐도 손쉽게 알 수 있는 코너를 만들려고 노력해. 시청자들이 연예인보다 더 빨리 맞힐 수 있는 코너 말이야.(미소)
조종엽 기자 jj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