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신진우]신참 ‘양심선언’에 상처받은 전-의경들

  • 입력 2008년 7월 30일 02시 58분


“정작 시위 진압은 한 번밖에 나가지 않았던 친구가….”

29일 오후 서울 청계광장에서 만난 한 의경은 서울 중랑경찰서 방범순찰대 이길준(25) 이경의 27일 ‘양심선언’을 언급하며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는 “군대 생활에 적응하지 못한 신참 의경의 영웅심리가 전체 전·의경들의 생각처럼 비치는 게 더 아쉽다”고 말했다.

옆에 있던 다른 의경은 “먼저 양심선언한 이계덕(22) 상경도 그렇고 이 이경 모두 왜 절차대로 처리하지 않느냐”며 “저렇게 놔두는 게 오히려 역차별 아니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촛불시위가 장기화되면서 더운 날씨, 시위대와의 거친 몸싸움에 지친 전·의경들이 예상치 못한 동료들의 돌출 행동에 더욱 힘이 빠진다는 반응이다.

이 이경과 같은 부대에서 생활했다는 한 의경은 “이 이경이 군 생활에 적응을 잘 못해 다른 부대원들이 고생했지만 아직 3개월밖에 되지 않은 신병이라서 최대한 배려해 줬다”며 “이 이경은 시위 진압 때도 거의 뒤에서 대기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번 일로 부대원 전체가 뒤통수를 제대로 맞은 느낌”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앞서 6월 중순 “육군으로 복무 전환해 달라”며 양심선언한 이계덕 상경도 시위 진압과 크게 상관없는 외국 공관 경비 업무를 맡았던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된 바 있다.

이와 관련해 인터뷰에 응한 김모(23) 의경은 “의경이 시위 진압하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인데 이 이경은 스스로 희망해 입대하고선 양심선언이란 이름으로 뛰쳐나오는 걸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한 예비역 의경은 “기자회견에서 이 이경이 기동복을 벗어던지는 것을 보고 눈물이 났다”며 “이번 일로 전역한 전·의경들 명예까지 땅에 떨어진 것 같다”면서 안타까워했다.

개인의 의사 표현은 자유이자 권리다. 그러나 그로 인해 다수가 상처받는다면 상황은 다르다. 이 이경은 이미 동료 부대원들은 물론 전국 4만여 전·의경들의 마음에 깊은 상처를 안겼다. 그는 “나처럼 상처 받는 수많은 젊은이들이 오늘도 고통 속에 밤을 지새우는 일을 그만두어야 한다”고 했지만 사실 성실하게 군복무하는 대부분의 전·의경들은 이러한 이 이경의 말에 오히려 배신감을 느낀다.

소식을 전해들은 한 예비역 의경은 쓴웃음을 지으며 이렇게 말했다.

“이 이경이 지원 입대한 의경이 아닌 육군으로 가서 최전방에 있었다면 이런 행동을 할 여유조차 있었을까요?”

신진우 사회부 nicesh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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