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정인교]DDA협상 통상 선진화 기회로

  • 입력 2008년 7월 30일 02시 58분


도하개발어젠다(DDA) 협상을 타결하기 위한 극적인 돌파구가 세계무역기구(WTO) 주요국 각료회의에서 마련됐다. 농산물 및 비농산물 분야 세부원칙(모댈리티)에 관한 잠정 타협안이 도출됐다. 인도와 중국 등의 반발이 해소되면 이번 주에 최종안을 마련할 수 있다. DDA 협상은 서비스와 통상제도도 포함하는데 최대 쟁점은 농업에 대한 관세와 보조금 감축 문제이다.

세부원칙이란 상품시장 개방에 공통적으로 적용하는 기준이다. 일반적으로는 개발도상국보다는 선진국에 더 폭넓은 시장개방 부담을 부과한다. 개도국은 대체로 선진국 인하 폭의 3분의 2 수준으로 줄이게 된다.

여기서 개도국과 선진국 구분이 중요하다. 특히 그동안 DDA 협상 부진의 원인이었던 농업분야 개방에 있어 개도국은 관세를 일부 인하하거나 예외인정을 받을 수 있는 ‘특별품목’을 전체 농산물 관세품목(HS)의 12%까지 지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주에 세부원칙을 타결하더라도 DDA 협상을 완전히 타결지으려면 극복해야 할 과제가 아직 남아 있다. 세부원칙에 따른 회원국별 이행계획서 작성 과정에서 대내 및 대외적 이해관계 조정이 쉽지 않다. 한국은 농산물에 대해서는 개도국 지위를, 비농산물 분야에서는 선진국 지위를 주장해 왔다.

어느 나라를 선진국으로 인정하느냐는 문제와 관련해서는 명확한 국제기준이 없지만 한국을 개도국으로 분류할 수 있는 잣대를 찾기가 쉽지 않다. 국제사회에서는 이미 선진국으로 보지만 농업에 관한 한 한국은 개도국이라는 점을 일관되게 밝혀왔다.

개도국 지위를 인정받기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농산물 수출국은 이번 기회에 외국 농산물에 대한 한국의 고(高)관세 구조를 바꾸려고 시도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 경우 양자협상을 통해 수입쿼터를 제공하거나 해당 품목의 관세를 조정해야 한다.

우리 농정당국과 농업계는 다양한 시나리오를 마련해 DDA 협상 타결을 대비해 온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향후 국내 반발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더구나 미국산 쇠고기 수입으로 농업계가 긴장한 상황에서 DDA 추가 농업개방은 사회적 쟁점으로 부각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수출의존도가 높고 대외 지향적 경제구조를 가진 한국이 다자 무역자유화에 참여하지 않을 수 없다. 다자 및 양자 간 협정을 통해 무역자유화를 추진하는 것은 시대적 추세이며 피할 수 없는 선택이다. 세부원칙을 살펴보면 농산물 수입국의 의견이 다수 반영됐고 현재의 농업관세 구조를 상당 부분 유지할 수 있게 됐다.

농업분야의 손실을 보전하고 농업 구조조정을 지원하기 위한 대책 마련이 필요할 것이다. 이미 119조 원의 농업지원 예산을 투입하고 있지만 최종 개방안에 따른 추가 지원의 필요성은 없는지 검토해야 한다. 다만 과거의 농업지원 사례와 같이 낮은 효율성과 도덕적 해이가 재발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정부는 협상 마무리 과정에서 국익을 최대한 반영하고 개방에 따른 파급영향을 다양한 각도에서 분석해 국민에게 제시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이번 협상을 국내 농업과 제조업의 경쟁력 강화, 서비스업과 통상제도의 선진화 계기로 활용하는 치밀한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한국은 그동안 세계적으로 이뤄진 다자 간 무역자유화의 혜택을 가장 많이 본 국가 중 하나로 알려져 있다. 전 세계 차원의 무역자유화에 대한 우리 국민의 인식이 대체로 긍정적이므로 정부는 대국민 및 정치권 설득에 적극적으로 나설 필요가 있다.

정인교 인하대 교수·경제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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