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DDA 多者협상 결렬로 더 중요해진 FTA

  • 입력 2008년 7월 30일 23시 15분


세계무역기구(WTO) 153개 회원국 간의 도하개발어젠다(DDA) 무역협상이 어제 결렬됐다. 한때 잠정합의 단계까지 갔지만 인도와 중국이 농산물 수입량 급증 시 추가관세를 부여하는 개도국 긴급수입관세(SSM)의 발동요건 완화를 요구하고, 이에 미국이 반대하는 등 몇 가지 쟁점이 합의에 이르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로써 DDA 협상은 개시 7년 만의 타결 호기(好機)를 잃고 말았다.

파스칼 라미 WTO 사무총장은 “포기는 이르다”고 했지만 11월 미국 대통령 선거, 내년 유럽연합(EU) 집행부 및 WTO 사무총장 교체 등 주요국 정치 상황과 맞물려 앞으로 1∼2년간 협상이 중단될 가능성이 높다. 세계 통상질서가 다자(多者)협상 중심에서 양자간 자유무역협정(FTA)으로 한층 더 옮겨질 것을 예고하는 정황이다.

FTA 확산이 세계적인 조류임에도 한국은 2004년 4월에야 한-칠레 FTA를 처음 발효했다. 자유무역을 통해 성장한 나라이면서도 FTA에 너무 늦게 참여한 것이다. 다행히 작년 한미 FTA 체결로 FTA 경쟁에서 추월의 발판을 마련했지만 한미 국회의 비준동의가 늦어져 조기 체결의 이익도 못 챙기고 있다.

FTA는 해외시장 확보를 위한 수단으로서만 의미가 있는 게 아니다. 현재 협상이 진행 중인 한-EU FTA는 한미 FTA와 함께 우리의 경제구조를 선진화하는 중요한 기반이 될 것이 분명하다. 이에 대비해 서비스 분야의 개방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 또 자원부국과는 자원 확보를 위한 FTA가 긴요하다. 우리는 한미 FTA 협상 타결을 계기로 일본과 중국으로부터 FTA 협상 요청을 더 강하게 받고 있어 동남아국가연합(ASEAN·아세안)과 협력하면서 동아시아 경제통합의 중재자 역할을 할 수도 있다.

DDA든 FTA든 기본은 시장개방이다. 그동안 100조 원 단위의 혈세를 쓰고도 국내 농업의 상황을 개선하지 못했다. 농산물 보호 논리에 경제 전체를 계속 묶어둘 수는 없다. 우리는 칠레와의 FTA 협상 때 우리 과실류를 과잉보호하느라 칠레 가전(家電)시장을 다 열지 못했다. 그래서 뒤늦게 칠레와 FTA를 맺은 중국에 시장을 빼앗기고 있다. 전철을 더 밟아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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