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누더기 집시법’은 공영TV-시위대-정부 합작품

  • 입력 2008년 7월 30일 23시 15분


지난 석 달 동안의 촛불시위가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을 누더기로 만들어 버렸다. 일등 공신은 KBS MBC 등 이른바 공영방송들이다. 이들 방송은 미국산 쇠고기 반대시위가 시작될 때부터 줄곧 시위대의 불법 폭력에는 눈 감고 경찰의 진압만을 문제 삼았다. 폭력을 부추긴 셈이다.

27일 새벽 시위대가 경찰관 2명을 알몸으로 폭행한 사건만 해도 두 방송은 그날 밤 9시 뉴스에서 다루지 않았다. 거꾸로 경찰의 시위자 연행 장면만 비중 있게 내보냈다. 두 방송의 일탈은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시위대와 뜻을 같이하는 KBS 내 일부 세력은 정연주 사장을 지켜달라고 ‘촛불’을 향해 애걸하고 있다. MBC는 PD수첩의 광우병 왜곡보도가 검찰의 조사로 명백히 드러났는데도 검찰 수사도 거부한 채 거짓 해명과 변명만 늘어놓고 있다. 국민을 거듭 속이고 있는 것이다.

시위를 주도해온 광우병대책회의와 시위대는 집시법의 주요 금지조항 10개 이상을 어겼다. 폭력시위 및 선동, 야간집회, 교통방해, 확성기 등을 사용한 소음집회, 쇠파이프 등 위험물 사용, 기자 및 경찰관 업무방해 등이 그것이다. 그럼에도 검찰은 경찰이 넘긴 1000여 명의 집시법 위반자들에게 주로 교통방해 혐의만 적용해 불구속 기소 또는 벌금형으로 처리할 방침이라고 한다. 이래서는 검찰 또한 제 역할을 다한다고 볼 수 없다.

시위 양상이 국민적 인내의 한계를 넘어섰는데도 국가인권위원회와 경찰청이 함께 펴낸 ‘진압 가이드’는 한가하기만 하다. 시위대의 쇠파이프 앞에서도 물리력 행사와 강제해산을 자제해야 한다는 등 오로지 ‘자제’만 주문하는 내용이다. 29일 원세훈 행정안전부 장관이 “경찰의 정당한 법집행에는 책임을 묻지 않겠다”고 한 것도 버스 지나간 뒤의 손들기 같다. 공권력의 상징인 경찰관이 시위대에 붙잡혀 ‘인민재판’과 ‘알몸폭행’의 치욕을 겪는 무법천지가 대한민국 수도 서울이다. 무법자들에게 법의 단호함을 보여주지 못하는 정부는 필요 없다.


▲ 영상취재 : 박태근 동아닷컴 기자


▲ 영상취재 : 박태근 동아닷컴 기자


▲ 영상취재 : 동아일보 박영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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