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外資 썰물, 李정부 ‘기업 프렌들리’ 공허하다

  • 입력 2008년 8월 1일 03시 04분


이명박 정부 출범 직후 외국기업들의 투자 문의가 몰려들자 정부는 ‘MB효과’라며 반색을 했다. 이 대통령의 친(親)기업 정책에 따라 외국인직접투자(FDI)가 급증해 좋은 일자리가 많이 생길 것이라는 기대감도 높았다. 그러나 올 상반기(1∼6월) 국내로 들어온 FDI는 20여억 달러인 데 비해 국내에 있다가 해외로 빠져나간 외자는 30여억 달러에 달했다. 순투자는 ―8억8610만 달러로 1980년 통계 작성 이후 첫 순유출이다. 다른 요인들도 있겠지만, 이 대통령과 정부가 세계 투자가들에게 ‘한국이 기업하기 좋다’는 믿음을 심어주는 데 성공하지 못했음을 부인할 수 없다.

외자 유치라면 이 대통령의 브랜드처럼 돼 있었다. ‘비즈니스 외교’와 ‘전봇대 제거’를 보면서 국민과 기업인은 박수를 보냈다. 주한 외국기업의 72%가 FDI 증가를 전망하기도 했다. 그러나 실적이 이처럼 초라한 것은 정부의 약속과는 달리 투자 여건이 개선되지 못한 때문이다. 각종 규제 완화도 말만 무성할 뿐, 진척이 부진하다.

한국은행은 ‘자본의 탈(脫)한국’으로 판단하기는 이르다고 해석하지만, LG필립스LCD와 하이마트의 대규모 지분매각을 보더라도 이런 진단은 안이하다. 올해 상반기 내국인의 해외직접투자도 순투자 기준 68억1800만 달러로 작년 동기보다 36% 늘었다.

우리가 FDI 유치를 위해 뭘 했는지를 짚어보면 외자가 덜 떠난 게 고마울 정도다. 무엇보다 지난 수년간의 인건비 폭등과 세계에서 드문 강성(强性) 노조는 한국을 투자기피지역으로 만들었다. 노무현 정부 시절에 증폭된 대기업과 외자에 대한 반감은 아직 개선되지 않고 있다. 각국이 대도시의 인프라를 활용한 신(新)산업 창출에 열심인데 우리 정부는 수도권 규제를 과감하게 제거하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정부는 뒷걸음질치고 있다. “한국은 외자유치 때는 협조를 약속하지만 정작 투자하고나면 규제만 한다”는 한 유럽 기업인의 비판은 여전히 유효하다.

FDI 유치 실적은 국제기준으로 평가한 기업 여건의 종합점수라 할 수 있다. 한국은 2004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0개국 중 16위였으나 작년 29위로 떨어졌다. 이런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서는 경제 회생도, 좋은 일자리도 말에 그칠 우려가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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