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세상/이덕환]화학첨가물=웰빙의 적?

  • 입력 2008년 8월 4일 03시 02분


더 건강하고 더 행복하게 살자는 참살이 열기가 대단하다. 참살이를 위해서라면 아무것도 아까워하지 않고 어떤 어려움이나 고통도 두려워하지 않는다. 여차하면 목숨이라도 걸듯이 야단이다. 참살이의 핵심 개념이 바로 ‘자연’이다. 그래서 많은 사람이 화학첨가물을 넣은 가공식품을 거부하고 무공해 유기농산물로 만든 슬로푸드에 매달린다.

화학공장에서 대량으로 만든 ‘진짜’ 화학첨가물을 싫어하는 것을 나무라기는 어렵다. 그렇다고 모든 식품첨가물을 인공적으로 가공했다는 이유만으로 무작정 거부하는 자세는 현명하지 않다. 첨가물의 이름이 낯설다고 두려워하는 태도는 더욱 그렇다. 자칫하면 애써 만든 천연첨가물까지 외면하는 안타까운 일이 벌어질 수 있다.

절대 공연한 걱정이 아니다. 정부가 사용을 허가한 600여 종의 식품첨가물 중에서 80% 이상은 천연 물질에서 추출 농축 분리 정제한 천연물이다. 일부의 오해와 화학적 첨가물이라는 애매한 법률용어가 멀쩡한 천연첨가물을 마치 화학공장에서 대량으로 쏟아낸 인공 물질로 오인하게 만든다.

일본에서 1908년 처음 개발해 ‘아지노모도(味の素)’로 국내에 처음 소개된 글루탐산나트륨(MSG)이 대표적이다. 최초의 인공 또는 화학조미료로 알려진 MSG는 사실 완벽한 천연조미료다. MSG는 다시마를 비롯한 해조류는 물론이고 버섯 토마토 견과류 콩 육류 우유를 비롯한 대부분의 천연식품에서 발견된다. 간장 된장 치즈와 같은 발효식품에도 많이 들어 있다. 우리 몸에 들어 있는 단백질의 약 15%도 MSG와 관련된 아미노산인 글루타민이다.

다시마 국물의 독특한 감칠맛(우마미)이 바로 MSG 때문이다. 오늘날 우마미는 단맛 짠맛 신맛 쓴맛과 함께 우리 혀가 직접 인식하는 다섯 가지 기본 맛으로 인정받는다. 진화생물학적 해석으로도 MSG의 감칠맛이 자연과 무관하지 않다는 증거다.

MSG를 생산하는 과정은 비교적 단순하다. 근본적으로 한약을 달이는 일과 크게 다르지 않다. 초기에는 다시마와 같은 해조류에서 뜨거운 물로 추출했다. 물론 지극히 비효율적이었다. 40kg의 해조류에서 겨우 30g을 생산할 수 있었다. 가격이 비싸고 귀할 수밖에 없었다. MSG가 본격적으로 보급되기 시작한 건 당밀(糖蜜)이나 설탕 공장의 부산물을 이용하는 기술을 개발한 덕분이었다. 김치나 된장을 만드는 과정과 다르지 않은 미생물 발효 공정이다.

물론 철저하게 화학적인 방법으로 MSG를 생산하는 기술도 있다. 카바이드를 물에 넣으면 만들어지는 아세틸렌을 이용한다. 그렇게 만든 MSG도 충분히 정제하면 천연 MSG와 다르지 않다. 그러나 1960년대 개발한 화학합성 기술은 경제성 때문에 미생물 발효 공정에 밀려나 버렸다.

MSG에 대한 오해는 또 있다. MSG가 ‘중국음식점증후군(CRS)’의 원인이라는 소문이다. 중국음식점에서 MSG를 처음 먹어본 호만 콕이라는 미국 의사의 어설픈 추측이 일파만파로 번져서 생긴 안타까운 오해다. MSG가 인체에 해롭다는 확실한 과학적 증거는 없다. 물론 MSG를 마구 먹어도 된다는 뜻은 아니다. 무엇이나 지나치면 문제가 된다.

참살이를 추구하는 자세는 조금도 잘못되지 않았다. 그러나 불확실한 소문에 휩쓸린 참살이 광풍은 절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우리에게 필요한 점은 정확한 과학적 사실을 근거로 하는 냉정한 참살이 노력이다. 특히 먹을거리에 대한 근거 없는 오해는 심각한 문제다. 먹을거리의 현명한 소비도 합리적인 생산만큼이나 중요한 과제다.

이덕환 서강대 교수 화학·과학 커뮤니케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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